|詩| 종이배와 보름달

서 량 2009. 2. 10. 21:46

       

      기어오르는 비법 하나로
      담쟁이 덩굴이 까칠한 겨울에 달라붙는 동안
      종이배는 떠납니다
      보름달이 둥실 두둥실
      기류 따라 흘러가는 동안 만큼은
      눈도 안 오고 비도 안 오고
      안개도 끼지 않습니다

       

      종이배가 당실당실 춤추듯
      물길 따라 여정에 오른 만큼은
      밤하늘이 무진장 화창하고 은빛 구름도 없고
      대기는 우주에서 가장 따스한 시각(時刻), 그건
      봄이며 가을조차 없는 기나긴 순간입니다 그건
      당신과 내가 멋모르고 이륙한
      특별히 아늑한 공간이랍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육중한
      달 덩어리와 대기권의 유통과정, 그건
      종이배 내부의 가벼운 희열입니다

       

      © 서 량 200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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