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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제이에 대한 진단소견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 당했을 때 제이는 젊은 나이에 역사의식도 국가의식도 없었다 제이는 감회가 새롭다 한 국가의 대통령도 너무 똑똑하면 제 명에 못 죽지 예순 살 독신남 백인 제이는 지난 4년간 뉴욕지역을 돌아다니며 자기가 몰고 다니는 낡은 승용차 안에서 살다가 지난 겨울 혹한을 견디지 못해 뉴욕 북부 한적한 병원 응급실에 출두하여 자살을 하겠노라고 심각하게 우긴 후 정신과 병동에서 2주 동안 지내고 요새는 부랑자 수용소에 투숙하고 있다 제이 아버지는 15살에 벨지움에서 혼자 배 타고 이민 와서 맨해튼에서 무지막지하게 성공한 보석공 제이 할아버지는 벨지움에서 내노라 하는 뇌수술 전문 외과의사 제이 어머니는 일찍이 장출혈로 죽은 요염한 술꾼 세 살 터울 금발의 여동생은 근력 좋은 흑인 정신분열증환자와 결혼..

발표된 詩 2009.03.06

|詩| 목 속의 장작불

목 속에서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어요 목 속으로 봄바람이 연거푸 스며들어요 목 속 어디엔가에 내 유연한 유년기가 실개천처럼 흘러넘쳐요 오밤중에 겨울 숲 속을 헤매는 목이 짧은 동물 그림자가 아른거려요 나는 그 귀여운 동물의 정체를 알아냈어요 분명치는 않지만 아주 분명치는 않지만 불 기운이 트럼펫 소리보다 더 귀에 따가워요 샛별 같은 갈망의 불씨가 탁탁 튀잖아요 오, 불길이 가오리연처럼 미친 가오리연처럼 차가운 하늘로 치솟고 있어요 나는 뒤늦은 깨달음의 허리띠를 조여 매고 푸짐한 털목도리로 목을 감쌉니다 함박눈이 공손히 내리는 3월초에 나는 아무래도 당신의 침범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요 © 서 량 2009.03.03

200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