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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72. 목신(牧神)의 오후

인상파 음악의 거두 드뷔시가 말라르메(Mallarme)의 시에 곡을 붙여 1894년 파리 초연에서 불란서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전주곡 멜로디를 당신은 기억하는가. 목신이 풀밭에 누워 비너스 여신을 포옹하는 꿈을 꾸는 그 나른하고 감각적인 화음진행을. 희랍 신화에서 목축의 신, 판(Pan: 牧神)은 상반신은 사람이면서 하반신이 염소 비슷한 동물의 몸이었다. 음악을 즐기고 요정과 춤을 곧잘 추던 'Pan'은 양떼와 목동들을 보살피는 숲과 들의 신이었다. 그러나 당신은 적막하고 어두운 숲 속에서 어떤 미신적인 공포를 느끼지 않았던가. 성황당 앞에 우뚝 선 고목이나 잎이 울창한 은행나무를 어느 유년의 저녁에 얼핏 올려보았을 때 등골을 스치던 전율이 있지 않았던가. 음습한 숲 속이나 바람 부는 벌판에서 우리는 이유..

|환자얘기| 제니퍼의 환청증세

제니퍼는 내일 모래 육순을 바라보는 몸매 뚱뚱하고 살결이 순두부 같은 백인 여자. 무심코 보면 한 40초반으로 뵈는 마약 중독자. 특히 코케인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이 여자는 과거에 남자관계가 좀 난잡했어. 누구나 어두운 과거가 있잖아, 왜. 한국 연속극에서도 그렇던데. 혼전에 질탕한 사랑을 해 보지 못한 모범여인 혹은 모범남자가 있으면 내게 데려와라. 시대조류를 역행하는 희귀한 정신상태의 고귀함을 만끽하고 싶으니까. 요새는 혼전 사랑행각뿐만 아니라 혼외정사도 디립다 판을 친다던데. 제니퍼는 제피퍼 에미가 제니퍼 애비의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이 잠을 잔 결과로 태어난 아이다. 그걸 또 제니퍼 에미는 제니퍼 애비한한테 이실직고를 했단다. 당신도 양심이 있으면 곰곰히 생각을 해 봐요. 그게 양키와 우리들의 차..

환자 얘기 2009.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