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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달콤한 꿈

꿈에도 법칙이 있대 꿈을 지 마음대로 꿀 수 있다며 나를 달콤하게 유혹하는 책을 읽었어 우리는 모두 한결같은 드림프로듀서 당신도 나도 밤이면 밤마다 꿈을 지 구미에 맞게 꾼다는 거지 무의식이 발동만 하면 악몽마저 현실감 있게 엮어낼 수 있대 아, 정말 그렇대요? 세상에나, 꿈도 그렇게 지 뜻대로 엮어가면서 화려한 천연색 영화 보듯 편안하게 관람할 수만 있다면 세상이 참 재미있어지겠네요 지루한 설명 부분은 건성건성 넘어가고 달콤한 장면장면만 즐기면 되겠네, 안 그래요? © 서 량 2009.11.11

2009.11.12

|詩| 우유와 안개의 병치법

우유, 그것도 분말 우유 맛으로 치면 어찌 모유에 비길 수 있으랴마는 젖빛, 우유빛으로 어느 날 내 눈앞을 가리는 안개가 있었지. 그건 흔하지 않은 일이었어 꿈 속에서 꾸는 또 하나의 꿈처럼 검붉은 장미꽃닢이 겹겹이 겹치마 흉내를 내면서 내 감각을 둔탁하게 만들어 주는 엄숙한 예식이었다 의식이 탁해지면 탁해질 수록 정신이 초롱초롱해졌어 그건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었지 만약에 빛에 생명이 있었다면 반짝 발광(發光)하는 젖빛, 안개빛의 눅눅한 습기가 내 폐 속으로 흠씬 젖어들던 그 순간 같은 경우는 © 서 량 2009.10.19

2009.10.20

|詩| 첩첩 산중

꿈 속에서 꿈을 꾸고 그 꿈 속에서 또 꿈을 꾸다가 꿈들이 겹겹이 가냘픈 장미 꽃잎처럼 서로를 첩첩이 에워싸고 제각각 소망을 내세우며 새벽 이슬 차가운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다니 당신 심성이 장미라고야 함부로 말 못하지 차분한 생각도 덤벙대는 욕망도 하나씩 속에 하나씩들 더 있고 그 바닥으로 당신이 미처 눈치 못 채는 사유와 소망이 도처에 흩어져 속속들이 숨어 있다니 꿈의 그림자를 일일이 다 분석하려고 파고들자니 끝도 없고 정신도 없어진다더니 정말 정말이라니 © 서 량 2008.10.09

2008.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