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우유와 안개의 병치법
우유, 그것도 분말 우유 맛으로 치면 어찌 모유에 비길 수 있으랴마는 젖빛, 우유빛으로 어느 날 내 눈앞을 가리는 안개가 있었지. 그건 흔하지 않은 일이었어 꿈 속에서 꾸는 또 하나의 꿈처럼 검붉은 장미꽃닢이 겹겹이 겹치마 흉내를 내면서 내 감각을 둔탁하게 만들어 주는 엄숙한 예식이었다 의식이 탁해지면 탁해질 수록 정신이 초롱초롱해졌어 그건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었지 만약에 빛에 생명이 있었다면 반짝 발광(發光)하는 젖빛, 안개빛의 눅눅한 습기가 내 폐 속으로 흠씬 젖어들던 그 순간 같은 경우는 © 서 량 2009.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