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을의 난동

서 량 2008. 10. 15. 10:13
       

       

      심지어 가을은 광활한 우주와
      깨알만한 은하수까지 속속들이 장악했다는 거에요
      무자비한 점령군처럼 완강한 기력입니다
      가을 앞에서 떡갈나무는 비스듬히
      고개를 숙인 채 민첩하게 옷을 벗습니다
      잎새들의 짠한 추억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전신이 오렌지색 황혼 빛으로 착색됩니다
      잎새들의 부끄럽고 야한 거동에 낯이 뜨거워지네요

       

      가을이 묵묵하게 난동을 부리고 있어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며 폭력행사를 합니다 가을은 목숨을 걸었대요

       

      심지어 가을은 머지 않아 광활한 우주와
      깨알만한 은하수를 저버리고 어디로 잠적할 낌새입니다
      절대로 슬픈 기색이 없이 결코 서운해 하지 않으면서
      눈물 따위는 더더구나 글썽이지 않으면서
      떠날 채비를 차리는 조짐이 완연하네요
      내년에 다시 오겠다는 굳은 약속을 하면서 말이에요
       

      © 서 량 200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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