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늦가을 / 최덕희

서 량 2009. 11. 4. 02:17

 

 

갈볕은 인색하기만 하다

된서리 내린 뜨락에 뒹구는

낙엽마저 녹아내려 질펀한데

가지 끝에 매달렸던 과일들이

미처 익어가지도 못하게

겨울이 자꾸 언 발을 디민다

 

온난화현상으로 지구는 땀을 흘리고

해가 갈수록 체감온도는 떨어져

철새도 길을 잃고 헤매인다

 

몇 닢 매달은 단풍나무는

밑둥을 돌아 부는 바람의

거친 숨소리를 참아내지 못하고

 

땅 속으로 고개를 떨군 풀꽃들도

여름을 안고 떨어져 묻힌 작은 씨앗도

 

겨우내 저 밑에서

그들의 삶을 이어 갈 것이다

무언의 변화를 암시하며

텅 빈 속에 아침을 열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