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속보로 행진하고 있어요
바람결에 휙휙 정신 없이 뛰어가네요
나는 가을의 도망질에 반항을 해야겠어요
내 거역감은 만보(慢步)하는 데서 힘있게 솟아납니다
나는 세상에 있는 시간이라는 시간은 다 내것처럼
여유작작하게 가을을 휘적휘적 뒤쫓아가렵니다
비에 젖은 낙엽들이 조용한 비명도 없이
뒷마당에 겹겹이 쌓여 딩굴고 있어요
벌거벗은 알몸인데도 결코 추워 떨지 않네요
흠뻑 비를 맞은 채 땅바닥에 잘 누워있는 잎새들은
더는 호들갑을 떨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건조한 눈을 두리번거리며
또박또박 말대꾸를 하면서
가을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겠어요
억지로 눈웃음이라도 칠랍니다
© 시 - 서 량; Besame Mucho: 클라리넷 독주 - 서 량 200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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