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천사를 기다리며 / 임의숙

서 량 2013. 11. 6. 00:23



천사를 기다리며


                      임의숙



둥 둥 둥 새들의 빈 집에서는 북이 울었다.


불타는 나무의 파편들이 떠 다닌다

바람은 울렁이다 황달이 들었다


전염병이라지, 죽은자와 산자의 모서리쯤 되는

이 계절은


가끔은 잊고 살았을 빈 방에는

천사와 나란히 누워 두 달을 함께 살았다는데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전갈에는

언니가 그리다만 입술자국이 가득하다

꼭 두 해만 살다갔다는 천사의 이름으로


한 번도 나는 너의 생을 살아보지 않았다.


생각해도 얼굴 없는 이름은

방 위에 떠 있는 회색의 천장같아

벌거벗은 그리움이 마음껏 울어본다

꼼지락거리던 발가락을 만져주었을 온기가

혈육이라는, 정이라는 것을 안다


천천히 노을의 열점이 사라지는 모서리를 지날 때

쓱 스치는 박하 향, 첫 눈이 내리고

새들의 빈 방에는

어린달이 한 참을 살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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