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내린다
최양숙
투명한 햇살이 빚어냈던
눈부신 시절을 떨어뜨린다.
땅에서 끌어올렸던 달콤한 즙도
이제는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지난 밤 꿈꾸었던 내일도 떨어뜨린다
주인공인양 했던 꽃잎의
섬세한 색깔이 흙으로 돌아갈 때
모든 색을 비벼서 뒤집어 보리라
한번쯤은 초록을 벗어버리고
나뭇잎마다 꽃물을 피워올린다
바람은 붉음의 찰라에 취하여
가을비 구름에 차니
아름다움은 짧아서 더욱 귀한 법
부풀었던 빛을 떨구며
가을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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