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가을이 내린다 / 최양숙

서 량 2010. 10. 27. 11:32

 

가을이  내린다

 

              최양숙

 

 

투명한 햇살이 빚어냈던

눈부신 시절을 떨어뜨린다.

땅에서 끌어올렸던 달콤한 즙도

이제는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지난 꿈꾸었던 내일도 떨어뜨린다

 

주인공인양 했던  꽃잎의

섬세한 색깔이 흙으로 돌아갈

모든 색을 비벼서 뒤집어 보리라

한번쯤은 초록을 벗어버리고

나뭇잎마다 꽃물을 피워올린다

 

바람은 붉음의 찰라에 취하여

가을비 구름에 차니

아름다움은 짧아서 더욱 귀한

부풀었던 빛을 떨구며

가을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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