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한국 티비를 서너 군데 미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유일한 낙은 아니지만 그런 대로 재미가 쏠쏠해. 외국에서 살면서 그렇게 고향 사람들이 웃고 짓까부는 장면을 봐야 된다는 것이 어쩔지 몰라요. 근데 하여간 한국 티비를 크게 틀어 놓는다. 나. 특히 혼자서 저녁이라도 먹을 때는 그래. 요 얼마 전에 ..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10.09
|환자얘기| 좋은 약 요새는 티비에서 정신과 약을 선전한다. 이를테면 수면제 광고를 하고서 끝에 가서 Ask your doctor about it, 당신 의사에게 물어 보세요, 한다. 그리고 진짜로 환자들이 티비에서 이런 약을 광고 하던데요, 그 약을 나한테 처방해 주세요, 한다. 대개 처음에 새로운 약이 나오면 한 몇년 지나고 나서 부작용 .. 환자 얘기 2007.10.08
Woman Outside Of Window (창밖의 여자) - Saxophone Woman Outside Of Window - Saxophone Saxophone-R Suh; Piano-J Choe; Bass Guitar-K Lee; Guitar-Ron Smith; Drums-J Bahng (First Rehearsal: 1983) 음악 연주 2007.10.07
|詩| 교태 비에 젖은 단풍잎 색 빨간 잇몸을 보이며 그녀의 편안한 입 꼬리가 올라간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요 그녀는 허전한 백색 무명 냅킨으로 입 언저리를 훔친다 하고 싶은 말과 안 하고 싶은 말이 먼 천둥처럼 부딪치는 순간 몸에 꼭 끼는 윗도리를 입은 웨이터의 말이 빗방울처럼 .. 발표된 詩 2007.10.06
|詩| 복식호흡에 대한 서정 횡격막이 폐를 들썩이는 만큼 갓난아기 호흡법으로 배가 볼록볼록 나왔다 들어갔다 해야 해. 당신도 청순한 가을을 마시고 싶다면야 모름지기 아랫배가 초생달 모습으로 들쑥날쑥 해야 해. 독수리처럼 화급하게 도마뱀처럼 음흉하게 잊혀지는 사랑처럼 질박하게 그렇게 은밀하게 숨을 쉬어야 해. 팔.. 詩 2007.10.06
|詩| 푸른 절벽 고개 흔들며 안 가겠다 했네 바람 부는 푸른 절벽에 내심 너무나 가고 싶었는데 여린 사랑이 튼튼한 사랑으로 조금씩 조금씩 숙성하는 이치로 머리 속에 푸른 파도 심하게 출렁이고 나는 깊은 산 돌덩이가 되었네 가파른 산길 발길 가는대로 가자면 온전치 못하리라는 속셈으로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안 가겠다 했네 미친 바람이 심하게 부는 푸른 절벽에서 나 타고난 균형감각을 믿어도 좋을까 하다가 다음 기회에 푸른 절벽에 다시 가면 전혀 겁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났네 © 서 량 2005.02.13-- 세 번째 시집 (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 발표된 詩 2007.10.05
|詩| 소통** 가을에 나무들이 심심해서 너무나 심심해서 엉덩이를 흔들다 보면 나무들 가녀린 머리칼도 덩달아 흔들린다 당연하지 정말이다 가을에는 구름 땅 굴뚝 아스팔트도 하다못해 당신의 연심도 모조리 흔들린다니까 주홍색 앞가슴에 눈이 부리부리한 이름 모를 새 몇 마리 내 앞마당 허공에.. 詩 2007.10.05
|환자얘기| 약 효과 테스트 나를 몇 번을 보고 나면 자동 응답기에 메세지를 남길 때 누구든지 자기 퍼스트 네임을 말하기 마련인데 벌써 열댓 번을 나와 만났으면서도 메세지를 남기면서 자신을 꼬박꼬박 "미스터 페리"라고 하는 로버트는 동네 안에서만 운전을 하고 멀리까지 운전은 무서워서 못한다. 그래서 40평생에 집에서 3.. 환자 얘기 2007.10.04
|詩| 하늘이 지지직 하늘이 지지직 갈라지고 내 사랑도 버그적 쪼개지면서 나를 혼내 주겠다고 마음을 굳힌 회오리바람이 종종걸음으로 오는 소리 들린다 神이 나처럼 미쳐서 이렇다 저렇다 설명도 없이 나를 꽈당 때리다시피 번개도 덩달아 내 따귀를 한 대 철써덕 올려 붙이듯 내가 잘못했다 천번 만번 잘못했다 애시.. 발표된 詩 2007.10.03
|詩| 북소리* 고등학교 뺀드부에서 대북을 솜방망이로 쿵쿵 치던 놈이 있었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몸집도 실해서 아무도 그놈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걔는 지나갈 때마다 세상의 엄연한 실체들에게 쿵쿵 부딪쳤다 비와 눈과 우박과도 부딪치고 멜로디와 박자와 사랑과도 좌충우돌했다 그럴 때마다.. 詩 2007.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