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얘기| 소와 사람 2년 전 여름에 루이지아나 뉴올리언즈에 대홍수가 났을 때 마약중독 보이프렌드와 그곳에서 근 8년을 같이 살았던 알리시아였지요. 그때 정전이 됐고, 주민들의 약탈이 일어났고 뉴올리언즈는 아수라장이 됐고. 해서 얼른 부모가 살고 있는 뉴욕으로 도망질을 쳤다는 거에요. 보이프렌드는 길거리에.. 환자 얘기 2007.09.11
|잡담| 양키들 대학교 시절에 하루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마도 가을을 탔기 때문이였는지 당시 무슨 교외선인가 하는 기차를 혼자 타고 어두운 인상을 빡~ 쓰면서 반나절 여행을 한 적이 있었어 당신도 혹시 그런 적이 있었을 거야 불안정한 나이에 불안정하기 때문에 더더욱 아름다웠던 나이에 심심해서 그때 ..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09.10
|詩| 여우비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다가 열 살 때 여름방학에 아버지에게 끌려간 본적지 할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 홀로 초가집에서 사시던 시골에서 어느 날 산에 혼자 올랐다가 확실히 알았어 사람이 죽었다는 게 바로 저런 거구나 하는 거 키 작은 소나무들 새살거리는 산언덕에 허연 광목천막을 쳐 놓고 어른들이 웅성웅성 막걸리를 마시다가 나한테 떡 몇 개를 줬다 나는 허기진 강아지처럼 맛있게 떡을 먹다가 뭔가 이상하더라 어렴풋하게 이제야 기억 나네 몇몇 얼굴이 수척한 남자들이 삼베 옷을 입고 있었던 거 천국과 지옥을 구슬피 맴도는 구름 몇 점 빼 놓고 그날 하늘이 참 맑았는데 갑자기 가냘픈 빗방울 질질 쏟아졌어 누군가 꿈결처럼 “여우비가 내리네!” 했다 그때 나는 화려한 꼬리치마를 입은 여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살결이 .. 詩 2007.09.10
|詩| 이불 걷어차고 자기 3월 새벽에 이불을 걷어차고 자다가 허벅지에 소름이 훅 끼친다 팝콘을 먹으면서 보는 공포영화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귀신이 뺨이 통통한 여자 등 뒤로 음산한 음악에 발 맞추어 다가서면 재미는커녕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나는 전신이 후들후들 떨리기만 하는데 자율신경이 당신의 영혼을 지배하는 .. 발표된 詩 2007.09.10
|詩| 모르는 사람과의 교신 내가 보고 있는 꽃을 옆에서 같이 보는 대신에 당신은 내 표정을 찬찬히 살피는군 내가 느끼고 있는 꽃을 똑같이 그대로 느끼고 싶은 생각이겠지 꽃이 존재하면서 모르는 사람과의 교신이 시작된다 모르는 사람과의 교신이 시작된 후에도 꽃은 그대로 살아 있거나 어느날 죽기도 한다 꽃은 살았거나 .. 발표된 詩 2007.09.09
|詩| 빙글빙글 정교하게 내가 곤하게 자는 동안 당신이 커다란 괘종시계 속에서 톱니를 절그럭거리면서 내 운명의 톱니바퀴를 돌린다 들쑥날쑥한 톱니바퀴가 절그럭거리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띵! 땡! 똥! 띵, 똥, 땡~ 새끼 손가락만하게 사기로 만든 남녀가 팔 벌리고 서로 보며 떨어져서 빙글빙글 정교하게 돌아가는 뮤직.. 발표된 詩 2007.09.09
|잡담| 인디언 섬머 양키 친구하고 잠깐 수다를 떨면서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는데 할 말이 없으면 제일 만만한 게 날씨 얘기라. "야, 이거 이젠 완전 가을이네. 더 이상 더위 걱정 안해도 되지?" "무슨 소리야. 좀 있으면 인디언 섬머(Indian summer)가 올 거라구." "완전 가을이 되기 전에 여름이 한바탕 마지막으로 기승을 부리..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09.08
|환자얘기| 금요일 환자 하바드 대학 경영관리과를 나온데다가 허우대가 배추 속살처럼 멀끔한 남자, 하우어드와 결혼해서 큰 탈 없이 살다가 웬디는 불행해지기 시작하고 자꾸 사소한 일로 바가지를 긁어댔다. 내가 왜 이럴까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조그만 트집이라도 잡아서 남편에게 앙탈을 부리기 시작한 거.. 환자 얘기 2007.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