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단풍잎 색
빨간 잇몸을 보이며 그녀의
편안한 입 꼬리가 올라간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요
그녀는 허전한 백색 무명
냅킨으로 입 언저리를 훔친다
하고 싶은 말과 안 하고 싶은 말이
먼 천둥처럼 부딪치는 순간
몸에 꼭 끼는 윗도리를 입은 웨이터의 말이
빗방울처럼 물음표처럼 삼지창처럼
테이블에 꽂힌다
뭐 더 필요한 거 없으십니까
해체는 구성을 위한 과정이에요
갓 찐 홍당무 같은 혀가 그때
그토록 단단하게 굳어지면서
그녀가 눈으로만 하는 말을
그 누구도 알아 듣지 못한다
© 서 량 2005.09.14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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