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뺀드부에서 대북을 솜방망이로
쿵쿵 치던 놈이 있었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몸집도 실해서 아무도 그놈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걔는 지나갈 때마다 세상의 엄연한 실체들에게
쿵쿵 부딪쳤다 비와 눈과 우박과도 부딪치고
멜로디와 박자와 사랑과도 좌충우돌했다
그럴 때마다 그놈 눈에서 불이 번쩍번쩍했어 횃불처럼
햇살 좋은 가을 날 무슨 학교 행사 때
뺀드부가 행진을 할라치면 모든 멜로디 악기들이
그놈이 치는 운명 같은 북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들으면 멜로디고 나발이고
다 소용 없어 그저 귓전을 때리는 건 대북 소리일 뿐
쿵쿵거리는 심장의 박동말고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젊었을 때는 대개 그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나나 그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 서 량 200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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