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소통**

서 량 2007. 10. 5. 07:14

가을에 나무들이 심심해서 너무나 심심해서
엉덩이를 흔들다 보면 나무들 가녀린 머리칼도
덩달아 흔들린다 당연하지 정말이다 가을에는
구름 땅 굴뚝 아스팔트도 하다못해 당신의 연심도
모조리 흔들린다니까

 

주홍색 앞가슴에 눈이
부리부리한 이름 모를 새 몇 마리 내 앞마당
허공에서 푸드덕거린다 애처롭게 때때로 튼튼하게
수염이 긴 흰옷의 신선들이 엄격한 눈을

치켜 뜨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
의사전달에는 색채가 언어보다 한결 더 우월하다는 것!

 

나무들이 심심해 하는 가을에 내가
이런 꼴 보자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닌데
이거 참 하는데 당신은 골반뼈며 머리칼이며 

젖가슴이며 하여튼 간에 이것저것 개의치 않고
부르르 떤다니까 낯이 빨개지도록 한참 빨개지도록

 


© 서 량 200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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