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240. 잊혀진 남자 망상은 꿈과 비슷하다. 간절한 소망이 망상으로 전개되는 수가 있고 절실한 기원이 꿈 속에서 성취되는 수도 많다. 헛된 꿈에서 깨어나라는 충고도 맞는 말이지만 꿈을 간직한 삶을 추구하다 보면 꿈이 현실화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삶은 꿈이 이루어지는 삶이 아닐까..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8.10
|컬럼| 239. 검은 상처의 블루스 병동 환자들에게 ‘trauma’에 대하여 강의를 한 후 우리말 사전을 찾아보고 그 말을 ‘외상(外傷)’이라 번역하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웬만하면 영어를 한국말로 만들어버리는 우리 습관에 따라 ‘trauma’를 그냥 ‘트라우마’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정신과 용어로 ‘PTSD (Post-Traumatic Stres..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7.27
|컬럼| 237. 왕 책임이라고? 신문에서 한 당이 당의 이익을 위하여 반대 당을 힐책하는 기사를 읽는다. 정당들끼리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특정 당을 두둔하는 언론 또한 흥미롭다. 언론의 중립성은 부재한다. 사람들은 손에 도시락 혹은 촛불을 움켜쥐고 목청을 가다듬으며 여론이 난무하는 광장에 조석으로 출두한..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6.29
|컬럼| 236. 호들바람 가볍고 방정맞은 행동을 ‘호들갑’이라 하고, 어수선하고 시끄럽게 떠벌리는 짓을 ‘흐들갑’이라 이른다. ‘호들호들’은 작은 팔다리나 몸이 가냘프게 떨리는 것을, 그리고 ‘흐들흐들’은 옷감 같은 것이 부드럽거나 물체가 물렁물렁한 것을 뜻한다. 이렇듯 한자어가 아닌 순수한 ..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6.15
|컬럼| 235.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아라 고등학교 동창 중 한 친구가 남들과 대화를 하는 방법이 특이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그 어설픈 나이에 나처럼 말을 얼버무리지 않고 드라마 주인공처럼 또박또박 명확하게 발음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나는 우물쭈물하면서 그런데, 근데, 하지만, 그렇지만, 하며 구어체 단어를 썼고 그..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6.02
|컬럼| 233. 진실을 가로막는 사실 정치인들은 서로들 지난 날의 행적을 파헤쳐서 상대의 비리를 까발리는 일에 종사한다. 한 사람을 여론의 도마에 올려 놓고 사퇴를 종용한다. 난도질을 당한 정치가는 급기야 남들에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면서 직위에서 물러난다.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누군가 속삭이듯 말한다. ..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5.04
|컬럼| 232. 알았다, 오바! 요즘 세계 각지에서 우버(uber) 택시가 뜨고 있다. 그 택시회사는 'over'에 해당하는 독일어 'uber'와 다른 말을 합쳐서 'uber taxi','uber cab' 같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대개는 그냥 'uber'라고 부른다. 'uber'의 'u'는 꼭대기에 점이 두 개 찍힌 독일어의 '움라우트'로서 발음을 '위버'라 한다. 스마트..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4.20
|컬럼| 231. 자살은 타살이다! 2015년 3월 24일에 독일 저먼윙즈 항공의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기장이 자리를 비운 틈에 운행중인 여객기를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에 시속 700 킬로미터의 속도로 추락시켜 자신을 포함한 탑승자 150명 전원을 죽였다. 그의 우울증 병력을 밝힌 언론은 이 사건을 자살행위로 결론을 내리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한국의 한 언론사도 “죽으려면 혼자 죽지…”라는 표제어를 내걸고 이 터무니없는 참사를 보도했다. 나와 남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살은 곧잘 타살을 수반한다. 이들은 ‘자살=타살’이라는 이상야릇한 공식을 잘 증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들이 극도로 분노했을 때 내뱉는 저 살기등등한 말 ‘너 죽고 나 죽자’도 요즘 거론되는 인터넷 '동반자살' 사이트의 취지를 강도 높게 격려하고 있다. 일..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4.06
|컬럼| 230. 손 좀 보기 터키말로 '엘' 하고 발음하면 손(手)이라는 뜻이고 몽고말로 '윌' 하면 일(事)이라는 뜻이다. (서정범, 국어어원사전, 473쪽, 2003) 아닌 밤중에 내가 터키어와 몽고어를 들먹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언어학자들 간에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한국말이 우랄 알타이어에 속한다는 학설..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3.23
|컬럼| 228. 무의식을 의식하다 얼마 전 병동 환자들을 앉혀놓고 무의식(the unconscious)에 대하여 얘기를 하다가 애를 좀 먹은 적이 있다. 교통사고의 결과로 코마(coma)에 빠져 의식이 없는 예를 한 환자가 자꾸 들먹였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속마음이 있다는 심각한 지혜를 전달하려던 내 계획은 수..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