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476

|컬럼| 251. 세 번째 굴욕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1925년에 '정신분석에의 저항'이라는 논문에서 인류의 극심한 자애심(自愛心)이 역사적으로 세 번의 굴욕을 당했다고 지적한다. '자애'를 요즘 유행하는 시쳇말로 '자뻑'이라 해도 당신은 크게 반발하지 않겠지? 첫 번째 굴욕은 16세기에 발표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점잖게 버티고 앉아있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태양 주변을 빙빙 돌고 있다는 깨달음은 인류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는 일이었다. 둘째는 19세기에 다윈이 주창한 진화론에서 사람은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원숭이의 자손이라 했던 신성모독적인 발언. 셋째로는 20세기 초에 우리 모두가 '리비도'라는 성애(性愛, sexual love)에 의하여 동물본능으로 살고 있다는 자신의 학설이었다. 이 굴욕적인 세..

|컬럼| 248. 안짱다리 여자와 헤엄치기 -- Swimming With Bow-legged Women

한동안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요즘 미국 드라마 'The West Wing'에 빠져있다. 미 대통령과 백악관 비서진과 연설문 작성자들의 숨가쁜 일상을 보여주는 이 가상 드라마를 NBC 스테이션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7년 동안 방영했다. 나는 어쩌다가 뒤늦게 이 드라마에 마음을 빼앗긴다. 2003년 2월 12일 날짜 에피소드 중간부분에서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밤 늦게 단 둘이 술을 마신다. 대통령은 비서실장에게 아프리카에서 난동을 부리는 테러리스트들을 죄다 격파하겠다는 암시를 준다. 그리고 미국은 국가의 이해상관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한 후 술잔을 치켜들며 이렇게 말한다. -- Here's to swimming with bow-legged women! (안짱다리 여자와 헤엄치기 위하..

|컬럼| 246. 럼펠스틸트스킨

그림 형제(Grimm brothers)의 동화책에 나오는 'Rumpelstiltskin'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옛날에 허풍쟁이 방앗간 주인이 자기 딸은 물레질로 지푸라기에서 금을 뽑아내는 재주가 있다며 떠들고 다녔다. 왕은 그녀를 불러 지푸라기를 주면서 밤새 금을 짜놓지 않으면 사형에 처하겠노라 명한다. 골방에서 울고 있는 방앗간 딸 앞에 난쟁이 도깨비가 나타나서 적절한 보상을 받으면 그 일을 해주겠다고 이른다. 그녀가 그에게 목걸이를 건네준 다음날 아침 방안에 번쩍이는 황금이 몇 점 놓인다. 왕이 더 많은 지푸라기를 가져오자 도깨비는 그녀가 끼고 있던 반지를 받고 다시 금을 만들었다. 세 째 날, 왕은 방에 지푸라기를 잔뜩 채워 놓고 이번에도 같은 일에 성공하면 그녀를 왕비로 삼겠다 했다. 그녀는 ..

|컬럼| 243. 사람 됨됨이에 관하여

성격장애 병동을 맡아 일하면서 시시때때로 환자들에게 성격장애에 대하여 강의를 하다 보니 정신과 의사로서가 아니라 일반인으로서 그리고 심지어는 정신병 환자의 각도에서 사람의 성격에 대하여 자주 생각한다. 'personality'는 성격(性格)이 아니라 인격(人格)이라 번역해야 마땅할 것 같다. 'person'이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누가 인격이 있다, 없다 하면서도 성격이 있다, 없다 하지 않는 우리말 습관을 보면 인격에는 어떤 프리미엄이 붙지만 성격이란 눈이나 코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person'은 본래 옛날 로마 극장에서 연극배우들이 쓰던 '가면(假面)'을 뜻하던 라틴어'persona'에서 유래한 말이다. 서구인들은 가면을 쓰고 남들을 대하는 인간의 본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