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 402

겨울 비 / 임의숙

겨울 비 임의숙 쌓인 눈이 한 마음으로 사라지는 하늘엔 고운 고운 빗소리 비가 그리울 때가 있어 겨울 속에 내리는 비가. 두껍게 얼은 호수의 문 빗금들이 파르르 안개의 숨들이 하얗게 오르고 주머니 속 꽉 쥐었던 손이 왠지 가벼워지는 왠지 따스해지는 고집이 있어 전해지지는 않겠지만 하늘엔 고운 고운 빗방울 살짝 오래된 안부를 묻고 싶은.

팔십일세 소녀 / 윤영지

팔십일세 소녀 윤영지 영정사진에 칼바람 부딪히던 이월이 혹독히 지나가고 남은 식구들 바라보는 무성한 푸른 잎에 햇볕이 쏟아진다 지난 달력을 뜯어내고 창 밖으로 계절이 바뀌어도 무심한 일상 이제는 서는 것 조차, 한 걸음 내딛기조차 버거워진 시어머님 세월의 속절없음과 육신의 소진에 의지를 내어주고 야속히도 온 마디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통증 눈부신 햇살이 거슬려 커튼 치고 누워계시다가도 찾아가 두 손 잡으면 잔잔히 살아나는 환한 미소 알아보심이 얼마나 감사한지 또박또박 옛이야기 나눔이 어찌나 고마운지 주님께 의지하며 찬송부르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머, 그랬니~” 맞장구치시며 수줍게 웃으시는 고운 소녀 티없는 맑음이 돌아서는 발걸음 내 마음 한 켠을 짠하게 한다. 2016.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