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가을 / 임의숙

서 량 2016. 9. 16. 22:02


가을


                   임의숙



가을은 나비 날개에 실은 꽃 한송이

바람에 들지 않는 향기인 것이다


가을은 이슬방울 마른 풀대에 스며드는

빛과 어둠의 고독인 것이다


가을은 밤새 외우는 벌레들의 초록 외마디

지우지 못할 사랑인 것이다 


가을은 한잎 한잎 떨구는 새의 눈빛이

그늘 속에 뭉클해지는 것이다


가을은 거미줄에 걸린 말벌의 단 한 벌 외투

허수아비의 외발인 것이다


가을은 멀리 있는 것들이 조금씩 다가오고

가까이 있는 것들이 조금씩 멀어지는


가을은 기다림이 아니라

가을은 바라보는 것이다


가을은 저 혼자

눈 앞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