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임의숙
나무는 새의 빈 집 한 채
심장으로 달고 살아가는 것이였다
가지와 가지가 서로 부러지지 않도록
굽어지고 휘어져 길을 열어주는 것이였다
나무는 알몸의 지문으로
살갗 음지에 이끼를 피워내는 것이였다
모난 바람 관절을 흔들어 눈송이들
웅 웅 앓는 밤을 지새는 것이였다
뿌리 뽑힌 검지손톱 삭정이로 떨구었어도
굳게 편 손가락마다 별을 닿고 있는
잎새도 열매도 씨앗도 모두 떠난 자리에
아버지, 애잔하게 서 있는 것이였다.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비 / 임의숙 (0) | 2017.01.18 |
---|---|
거울 / 임의숙 (0) | 2017.01.10 |
배추밭 / 임의숙 (0) | 2016.11.23 |
이방인의 계절 / 임의숙 (0) | 2016.11.01 |
내가 꽃이었다 해도 / 윤지영 (0) | 2016.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