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겨울나무 / 임의숙

서 량 2016. 12. 6. 23:01


겨울나무 


                   임의숙



나무는 새의 빈 집 한 채

심장으로 달고 살아가는 것이였다


가지와 가지가 서로 부러지지 않도록

굽어지고 휘어져 길을 열어주는 것이였다


나무는 알몸의 지문으로

살갗 음지에 이끼를 피워내는 것이였다


모난 바람 관절을 흔들어 눈송이들

웅 웅 앓는 밤을 지새는 것이였다


뿌리 뽑힌 검지손톱 삭정이로 떨구었어도

굳게 편 손가락마다 별을 닿고 있는


잎새도 열매도 씨앗도 모두 떠난 자리에

아버지, 애잔하게 서 있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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