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북어, 발이 네 개가**

서 량 2010. 12. 7. 21:51

 

 

북어가 도롱뇽처럼 발이 네 개가 있어서 바다 밑바닥을 도롱뇽 발짓으로 엉금엉금 기어간다 등허리가 배추 빛이고 배는 생선 배답게 유들유들한 흰색이네 혹시 육지를 오래 짝사랑하던 라일락 색 보라색인지도 몰라요 북어의 심층심리를 알 것 같네 북어는 심리현상 같은 게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고 주장하고 싶은데 물적 증거가 있어야지 물적 증거가 북어는 죄가 없다 바닷바람에 시달리고 박달나무 방망이로 실컷 두들겨 맞고 급기야 고추장 속에 고개를 푹 박았다가 내 입 속에 들어와  잘근잘근 씹히는 거 그 일종의 운명이라 봐야 한 많고 평생을 도롱뇽 발짓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건 저 사실 마찬가지입니다 도 발이 네 개라니까 아, 그래서 북어와 도롱뇽과 우리가 서로 불쌍하다고 함부로 말하나?

 

© 서 량 201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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