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아스팔트 위의 새 등이 거무칙칙하고 앞가슴이 불그스레하면서 부리부터 꼬리까지 한 뼘이 훨씬 넘는 이상한 새 한 마리가 차고 앞 아스팔트 위를 종종 걸음으로 뛰어간다 마치도 아스팔트의 일부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는 새와 보이지 않는 새와 금세 가슴 설레는 새와 기억 속에 사라진 새와 내가 도.. 발표된 詩 2007.09.16
|詩| 낙엽과 색소폰 9월 말에 나뭇잎 하나 간들간들 떡갈나무 꼭대기에서 땅으로 떨어졌지 저 나뭇잎은 정신병자도 아닌데 겨울도 오기 전에 화끈하게 벼랑에서 몸을 던지네 했더니, 이번에는 나뭇잎 두 개가 한꺼번에 하늘하늘 박자 맞추어 함께 떨어지는 거 있지 깜작 놀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하니까 떡갈나무 잎새들.. 詩 2007.09.16
|환자얘기| 조앤의 분노 근 10년을 한 달에 한 번씩 날 찾아오는 조앤은 인근 수퍼마켓 델리에서 일하는 50대 중반 여자 터키 샌드위치며 해물 샌드위치며 눈을 감고도 척척 만들어 내는 간식이나 음식 만드는 도사 이 금발의 백인 여자, 궁둥이가 내 궁둥이 네 배만 한 여자는 평소 무슨 일에건 안달복달을 한다 음식 주문이 쇄.. 환자 얘기 2007.09.16
|잡담| 좋다가 나빠지는 詩 중고등학교 때는 김소월이나 서정주 혹은 윤동주의 시를 전신이 비비 틀릴 정도로 좋아했다. 시에 대한 깊은 안목도 없던 때라 그들의 대표작 같은 시 한 두편, 그 중에서도 말 몇마디가 마음에 들면 소규모의 전율이 오곤 했지. 대학시절에 현대시 쪽으로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당시에 시 월간지..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09.15
|잡담| 좋은 詩와 나쁜 詩 가까이 지내는 시인들과 어떤 詩가 좋은 詩인지에 대하여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한다.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詩를 좋은 詩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 마음에 들지 않는 詩는 나쁜 詩라 해요. 아니다.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유명한 시인이 쓴 詩를 좋은 詩라..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09.14
|詩| 체감온도 몸으로 새벽 온도를 잰다 서늘한 새벽의 혀 밑에서 금방 올라가는 수은주 높이가 내게는 중요한 안건이다 정서의 높낮이는 본능의 영향을 받는답니다 체온도 서정 때문에 자주자주 오르락내리락 한답니다 에어콘이 자동으로 꺼지고 호흡이 고르고 규칙적이었다가 잠꼬대 비슷한 소리 얼른 들렸다가 다시 잠잠해지는 내 침실 밖 개암나무 잎사귀가 눅눅해지는 새벽, 그런 새벽 체온일수록 터무니없이 올라간다 © 서 량 2007.08.16 詩 2007.09.14
|詩| 붉은 신호등 당신은 추위와 눈에 익숙하지가 않아 오무라드는 열의 단단함에는 오늘같은 날은 당신이 그립다 차에 속력을 주듯 당신의 한계를 떠밀어 길을 꽈악 껴 않은 채 꾸불텅한 언덕을 돌아 참나무 길섶에서 힐끗 시간을 체크하면서 기아변속을 놓치고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이건 께임에 지나지 않아 내가.. 발표된 詩 200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