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에 나뭇잎 하나 간들간들
떡갈나무 꼭대기에서 땅으로 떨어졌지
저 나뭇잎은 정신병자도 아닌데
겨울도 오기 전에 화끈하게 벼랑에서 몸을 던지네
했더니, 이번에는 나뭇잎 두 개가 한꺼번에 하늘하늘
박자 맞추어 함께 떨어지는 거 있지
깜작 놀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하니까 떡갈나무 잎새들이 일순간
화석이 돼 콱! 얼어 붙더라, 그때 들리는 커다란
색소폰 소리 징글징글한 색소폰 소리, 이거 뭐야
하며 귀를 기울이니까
내게 근접한 나뭇잎들은 그냥 그대로
꼼짝달싹 하지 않으면서 희미한 배경 잔가지들이
색소폰 소리에 리듬 맞추어 흔들흔들 춤을 추는 거 있지
모르겠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저 떡갈나무 잎새들의 실체가 뭐길래, 하는
내 생각조차 확! 끊어지고
© 서 량 200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