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진눈깨비

서 량 2009. 1. 4. 04:33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어. 새하얀 눈과 우중중한 비가 앞을 다퉈 경쟁을 벌리는 장면. 뒷덜미에 갈기가 성성한 사자 두 마리가 서로를 힘껏 물어뜯는 순간순간이 무서워 죽겠어. 아주아주. 산지사방 음흉한 쥐색 뿐이에요. 벌거벗은 나무들이 섹시한 다리를 하늘 쪽으로 거미줄처럼 연약하게 그러나 세차게 뻗치고 있어요. 진눈깨비가 울먹이네. 하늘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지를 않나. 어떡해. 꽁꽁 얼지도 재빨리 녹지도 않는 먹장구름과 골 깊은 계곡의 앙칼진 체질을 어떻게 해. 미적지근한 진눈깨비 속으로 자꾸만 자꾸만 몰입하는 당신의 강퍅한 성격일랑.

 

© 서 량 200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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