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詩가 좋다
중고등학생 때도 불량배나 호적 이름과 출석부 이름이
다른 애들하고 가깝게 지냈지 더러 퇴학 당하고
몇몇은 그 나이에 자살했다 오죽하면 나와 친하면
이 자식들이 자꾸 자살을 하니까 이젠 절대 누구와도
친하지 않겠다는 결심까지 했어요 그때는
나는 나쁜 詩가 구미에 맞는다
남들이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詩는 사실 좀 거시기해
詩가 꽃이라고? 나는 꽃다운 詩와
생화보다 더 꽃다운 조화를 분별할 자신이 없어 그럴
능력조차 없다 시시하게 금세 시드는 생화보다
싱싱한 조화가 좋아요 로댕의 조각처럼
다빈치의 그림처럼 붙박이로 남는 예술품이 더 좋아
코를 막아도 오묘한 향기며 내 숨골에 꼭꼭
숨어있는 천상의 음악이 찡하게 내이(內耳)를 간질이는 詩
이건 참 나쁜 詩다! 하며 씁쓸하게 읽은 후 한 5분쯤 지나
갑자기 왈칵 끌리는 그런 이상한 詩가 너무 좋다니까 그러네
© 서 량 2008.11.25
-- 월간 시지 <우리詩> 2009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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