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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튜바가 붕가붕가

튜바가 붕가붕가 대퇴근을 감싸는 홀태바지 맘보바지 성북구 불량소년 붕가붕가 뺀드부 붕까붕까 입술 떨리는저음이 달콤해요 옛날은 저음이야뺀드부 빛 바랜 흑백 사진 oompah oompah 튜바가 컴퓨터 데스크에 코를 처박고 있네 詩作 노트:테너 튜바를 구입해서 요즘 간간 열심히 연습 중이다테너 튜바는 크리스마스 때 보는 튜바처럼 크지 않다  © 서 량 2024.02.25

|詩| 지하철 수자폰

지하철 수자폰 큼직한 사과 황금사과캄캄한 시멘트 바닥에 콱콱붕붕 박히는 황금알밴드부 템포 멜로디가 사라지고 없어당신은 진짜 괴짜야 Sousaphone 부드럽기 짝이 없는 수자폰 소리한번 해 볼만 해 詩作 노트:몇 년 전에 꽤 오래 전 같은데 지하철을 가다가 말고수자폰을 붕붕 부는 젊은 흑인여자와 사진을 찍었지 © 서 량 2024.02.24

|詩| *가려운 양파

*가려운 양파 -- 넷플릭스 드라마 ‘Warrior (2023)’를 보고 나서 천정이 높은 실내 낡은 피아노 소리가 술잔에 부딪친다 갈매기 날갯짓으로 붕 뜨는 에너지 세포분열이 터진다 경건한 분열 몸놀림 상처 trauma 화면을 적시는 빗물 어깨 뒤태가 두툼한 남자가 오리걸음으로 걸어간다 코를 찌르는 양파 냄새 남자가 속삭인다 The reason I came to America was… 나는 왜 미국에 왔나 주먹질 총질 칼부림 가려운 가슴 위에 얹히는 얼음주머니 여자는 내 고등학교 동창생을 꼭 닮은 주인공 손을 잡는다 詩作 노트: 19세기 말. 샌프란시스코에 철도공사를 위하여 이민 온 중국인들을 백인들이 ‘itchy onions, *가려운 양파’라 부르고 중국인들은 백인들을 ‘duck, 오리’라 불렀다...

2024.02.22

|컬럼| 461. 떠버리 칼로스

폐쇄병동에서 그룹테러피를 하다 보면 혼자서만 떠들어대는 환자가 있다. 약속이라도 한듯 칼로스가 매양 그 역할을 담당한다. 그의 별명은 ‘loudmouth, 떠버리’다. 횡설수설하는 그에게 다른 환자 왈, “너 말 좀 고만할 수 없냐. 침묵이 금이라는 걸 모르냐?” - 내가 슬쩍 끼어든다. “야, 도대체 침묵이 금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 참, 영어 속담에 ‘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en’이라는 말이 있지. 이건 배려심 많은 사람들이 조곤조곤 심금을 털어놓는 그런 세련된 그룹테러피가 결코 아니다. 잠시 내가 방심을 하는 순간에 군중을 지배하는 의식의 흐름은 도떼기시장처럼 엉망진창이 된다. 질서를 유지하는 내 그룹 리더십이 더없이 망가진다. 나는 언어의 교통순경이다. 금이..

|詩| 나비넥타이

오 나는 빨간 나비넥타이 차가운 마우스피스에 키스하며 다시금 테너 색소폰을 치켜들며 메마른 리드를 매질하는 혀 오 나는 흐느끼는 날갯짓 vibrato 당신의 음정 떨림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열 손가락이며 詩作 노트: 긴 음을 색소폰으로 연주할 때 비브라토가 절로 들어간다 노래할 때도 음정이 길수록 그렇게 된다 노래의 특징이다 © 서 량 2024.02.13

카테고리 없음 2024.02.13

|詩| 악보 읽기

악보 읽기 흩어지는 음정을 두루두루 매만지는 음감이 참 좋아andante 서두르지 말아라 일체  cello violin 2 clarinets 부응 지잉 삑삑絃 소리 숨소리를 세차게 껴안은 채 初見에 몰두하거라 입을 꼭 다문 채 은근한 집중든든한 미련의  힘으로 詩作 노트:대학 1학년 때 아우, 오누이와 다섯이 가정 악단을 조직했다. 피아노 치는 여동생이 사진에 찍히지 않았네. 소리만 들린다. © 서 량 2024.02.10

|詩| 춤추는 봄

춤추는 봄 떡갈나무가 뿌리를 치켜들고 물구나무서기를 했거든요 몸매 날렵한 종달새 한 마리 구름 너머로 날아갔거든요 바람 찬 해변 반짝이는 조약돌이 지난 가을 뒷마당에 매장된 낙엽이 후끈 달아올랐대 아이, 싫어, 싫어! 볼썽사납게 당신이 추는 개다리춤 詩作 노트: 개다리춤: 양다리를 마름모로 벌렸다가 오므리는 행동을 빠르게 반복 하면서 추는 춤 - 뜻이 궁금해서 굳이 사전에서 찾아 봤지. 기하학적인 설명이네. 눈에 선해. 봄춤은 알레그로 템포. 봄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 서 량 2008.04.18 – 2024.02.08

2024.02.08

|컬럼| 460. 딴소리

사람들은 딴소리를 곧잘 한다. 시인들이 완곡한 표현을 시에 쓰는 것도 정치가들의 입장문도 딴소리의 원칙을 따른다. 우리는 모두 우아한 말을 하고 싶다. 언어를 사용하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특권이다. 사전은 딴소리를 ➀주어진 상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 ➁미리 정해진 것이나 본뜻에 어긋나는 말이라 엄격하게 풀이한다. 재미있다. 소리(sound)를 말(word)로 업그레드 시키는 사전의 자상한 마음가짐이. 대화 도중에 화제의 본질을 잠시 벗어나는 것을 애교로 볼 수도 있지만 내 환자들이 하는 딴소리는 ‘말’이 아닌 ‘소리’로 들리기가 쉽다. 북소리나 장구소리처럼! 증인석에 버티고 앉아 자꾸 딴소리를 하면 판사가 법정모욕죄 선고를 내릴 수도 있다. 심한 딴소리는 내 환자들의 특권이다. 동문서답의 병적인 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