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노래자랑 노래자랑 뽐내고 싶었던 거였어고음에 미치려고 목을 조이며엄숙한 무대하이웨이를 면밀히 감시하는 state trooper7살짜리가 바싹 쫄았던 거육중한 한자어 Chinese character내 몸보다 훨씬 큰 태극기 앞'교육의 자주화' 슬로건 옆에 서서기를 쓰면서 詩作 노트:아버지가 낙동강 철교 보수작업을 하시던 경상도7살 평생 처음 무대에 섰는데 예선에서 탈락했다 © 서 량 2024.03.21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21
|詩| 마우스피스 마우스피스 과묵한 금속을 밀착 취재하는얇은 갈대 버들피리버들피리 소리 삘릴리 삘릴리나는 입술에 침을 바른다목이 구부러진 테너 색소폰의 절제된 기대치바람에 씻기는 바람 소리 비브라토 비브라토 詩作 노트:색소폰 리드를 침으로 적신 다음 마우스피스에정교하게 맞추어 묶으며 나는 천천히 흥분한다 © 서 량 2024.03.20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20
|詩| 만두집 수증기 만두집 수증기 휴화산 더운 기운 솟아나는저 속에서 일그러지는 나라면힘껏 비틀어진 꽈배기라면 내가 하물며 얇은 껍데기 야채만두 하나 가지고 자꾸만 피어나는 풍요로운 풍자의식이라면 詩作 노트:서울 을지로 5가 방산시장에서 김이 풀풀 나는 만두집에서 사진만 찍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 서 량 2024.03.19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19
|詩| 요한 스트라우의 추억 요한 스트라우의 추억 왼발을 앞으로 내민 황금 바이올린 연주자나는 오른발을 쓱 내딛는다바람결고뇌에 젖은 영혼들 몸으로 대신하는 communication화면 오른쪽 하단에 놓인 과일이 먹음직스럽네 詩作 노트:몇 년 전이었지 그때가 요한 스트라우스며 작곡하는 동생을 만나려 비엔나에 간 해가 © 서 량 2024.03.18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18
|컬럼| 463. 자극 과잉시대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 곳곳 확성기에서 정신과 응급상황을 외치는 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숨가쁘게 “코드 그린!” 소리친 후 병동번호를 알린다. 평온한 목소리로 말해주면 안 될까. 허기사 그러면 아무도 급히 반응하지 않을지도 몰라. 꽃을 뜯어먹으려는 사슴이 앞뜰을 침입하는 순간 “어이!” 하며 가라고 신호하면 싹 무시당한다. “야!” 하고 고함을 질러야 후다닥 도망간다. 사슴도 정신병원 의사들도 경미한 자극에는 외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세상이다. ‘sensory overload’ 하면 얼른 귀에 들어오는 말을 놓고 사전은 감각과부하(感覺過負荷)라 묵직하게 해설한다. 참으로 뻑적지근한 한자어다. 자극이 지나치면 금세 접수할 수 있지만 낮은 목소리는 신경계통에 등록조차 되지 않는 거다. 약물의 복용량도 마찬가..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24.03.18
|詩| 비무장지대 비무장지대 찍찍 산새 소리지뢰를 덜컥 밟은 일등병 성미 더러운 운전병달각거리는 트랜스미션 소리 산길 오솔길을 들입다 달린 거다목적지 MASH 이동식육군외과병원위생병은 귀여운 바둑이나는 쉭쉭 바람 새는 클라리넷품에 안고 찍은 사진 한 장 詩作 노트:군대생활을 또 하라 하면 못한다허기사는 그러라는 사람도 없지만 © 서 량 2024.03.17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17
|詩| 목관악기 목관악기 화를 내며 박자를 지키는 아이들윤끼 나는 악기를 거머쥔 손성질 사나운 뺀드부 아이들클라리넷 넷 알토 색소폰 둘 테너 색소폰 하나숲을 향한 각도가 제각각 다르네때때로 엇박자를 내는 뺀드부 아이들너네들 다들 한통속이로구나 詩作 노트:아직 내 몸에 뺀드부 기질이 숨어있다 옛날 어른들이 딴따라 기질이라며 멸시하던 기질 © 서 량 2024.03.16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16
|詩| 명상 명상 뽐내는 마음 뭐가 뭔지 모르는 마음이반반씩 섞이는 거라 귓속이 간질간질한 청진기키가 내 키 반만 한 여자아이 배에서 꼬르륵 소리 나네서 중위가 남의 배를 만지며 명상에 잠기는 장면이다 이거 詩作 노트:전방에서 군의관 근무를 할 때 종종 군인가족 진료를 했다. 배앓이 하는 어린애 배에서 나는 꼬르륵 하는 소리가 되게 컸어. 생각난다. © 서 량 2024.03.15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15
|詩| 달밤 달밤 사방이 휘영청 밝았다고 말하고 싶겠지단단한 M1 에무왕 총알의 감촉발목을 바짝 조이는 군화 가죽덜러덩 나동그라진내 그림자가 늠름하기만 했다며 詩作 노트:정말 그랬다 사방이 으스름했어군대생활이 정신없이 괜찮았지 © 서 량 2024.03.14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14
|詩| 웃는 모습 웃는 모습 앞뒤 없이 기쁜 마음자극을 주는 쪽도 마찬가지다무당 고깔모자 하늘을 찌르는 끄트머리무언가 손에 꽉 쥔 채 무진장 좋아하네뺨이 통통한 100일짜리 내 모습 詩作 노트:100일 잔치로 보이는데. 간신이 니은자로 앉은 모습이.무데뽀로 기분이 좋다는 거다. 어찌 아냐고? 내가 알지! © 서 량 2024.03.13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