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귀 귀 -- 마티스 그림 “한 여자의 프로필”에게 (1935) 아래를 살피는 옆모습 여자 턱은 감자 여자 코는 고등어 눈꼬리를 뒤쫓는 콩팥 腎腸 바닷가 소라 등허리를 바짝 꼬부린 생선 자궁 속 태아 자세 빼어난 태아 자세 詩作 노트: 마티스의 간결성이 좀 무서울 때가 있다. 자궁 속 태아, 등허리 속에 잘 숨어있는 콩팥처럼 무궁무진한 간결성! © 서 량 2023.08.02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8.02
|詩| 검정 치마 검정 치마 -- 마티스 그림 “검정색 배경의 독자” 속 여자에게 (1939) 여자 뒷모습 검붉은 꽃 허전한 벽거울 속 세상이 아주 다르다 두 개의 닭다리 발에 꼭 끼는 구두 선인장 두 그루가 떠억 자리잡은 탁자 따위와 詩作 노트: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조는 듯한 마티스 그림에서 거울에 비친 꽃과 꽃병이 실물과 전혀 다르다. © 서 량 2023.08.01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8.01
|詩| 얼굴 얼굴 -- 마티스 그림 “웃는 얼굴”의 여자에게 (1951) 빛과 어둠이 반반 부르릉 못박히는 눈길 짝째기 눈썹 한쪽이 더 길어요 무슨 말을 쉼 없이 하고 있는 거다 돛단배 지금 입술 바람 소리 詩作 노트: 마티스의 여자들은 그림에서 눈을 내리까는 수가 많다. 이 여자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본다. 좀 웃는 얼굴로. © 서 량 2023.07.31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31
|詩| 검정색 벽 검정색 벽 -- 마티스 그림 “까만 테이블”의 여자에게 (1919) table 위에 놓인 찻잔 눈을 크게 뜬 여자 모자 쓴 여자 한밤중 꽃다발의 복식호흡 丹田호흡 단전에 氣를 모으고 있어요 칠흑보다 어두운 벽에 갇힌 채 snow white 빛으로 꿈틀거리는 龍 詩作 노트: 마티스의 여자 앞에 꽃다발이 살아있고 등 뒤에 백설공주처럼 하얗게 살아있는 龍! © 서 량 2023.07.30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30
|詩| 꽃과 책 꽃과 책 -- 마티스 그림 “책 읽는 여자”에게 (1947) 우유 빛 내실 內室 관자놀이 위쪽을 엄지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는 여자 책 속 삽화를 곰곰이 살피는 여자 태연자약하게 滿開하는 붉은 꽃 일곱 개 詩作 노트: 마티스 그림 속 여자는 책을 읽고 있지 않다. 여자는 삽화를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 서 량 2023.07.29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29
|詩| 인터미션 인터미션 -- 마티스 그림 “보조 발레리나”에게 (1942) 검푸른 벽에 활엽수 잎새 잎새들 목에 걸린 하얀색 말굽자석 여자의 긴 팔 가슴 지느러미 바다 속 인어 人魚 오른쪽 大腦半球 찌렁찌렁 울린다 상승곡선 파도를 타며 하얗게 뛰놀다가 잠시 쉬는 사이 詩作 노트: 마티스가 그리는 여자들이 생선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오른쪽 대뇌반구가 상승곡선을 탄다. © 서 량 2023.07.28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28
|詩| 손깍지 손깍지 -- 마티스 그림 “보라색 배경에 아네모네 꽃과 함께 있는 소녀”에게 (1944) 보라색 배경 보라색 바탕 소녀의 오른쪽 하박근이 불룩하다 보라색을 지배하는 녹청색 엷은 녹청색 가슴을 덮는 아네모네 붉은 꽃 두 송이 손가락 열개 어떤 손가락이 어떤 손가락인지 몰라도 괜찮아 詩作 노트: 마티스의 보라색 배경이 신비하다. 소녀의 얼굴 표정이 시선을 강탈한다. 그녀는 왜 보라색 테이블보 위에 손을 얹고 손깍지를 끼고 있을까. © 서 량 2023.07.27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27
|詩| 빨간 의자 빨간 의자 -- 마티스 그림, “노란 드레스를 입고 식물과 같이 있는 미카엘라”에게 (1943) 하늘을 찌르는 산봉우리 산봉우리 양팔을 팔걸이에 얹은 여자 가만히 앉아있는 여자 병아리색 노랑 드레스 snake plant 잎새 잎새 금줄 범꼬리 금줄 범꼬리보다 더 넓은 잎새 잠시 숨을 멈추며 室內를 독차지하는 듯이 詩作 노트: 당신도 알다시피 마티스가 집착하는 사물은 몇 되지 않는다. 여자, 꽃, 책, 식물, 의자 같은 것. 빛깔 선택도 복잡하지 않다.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에서 대충 그치고 말지. 마티스는 극히 단순한 사람이다. © 서 량 2023.07.24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24
|컬럼| 446. 관계 관계 그룹 사이즈가 12명 이상으로 커지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의 진행이 힘들어진다. ‘대화’는 그룹 멤버들 사이에 오가는 말, 또는 그룹 리더가 그룹에게 하는 말로 이루어진다. 16명이 극장식 좌석배열로 앉아있다. 심도 깊은 대화의 장을 열기는 어려울 것이다. 몇몇 적극적인 성격의 환자가 강의를 도와줄 것 같다. 오래전부터 ‘인간관계’라는 제목으로 환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노려왔다. 걸핏하면 주먹다짐을 할 뿐더러 서로 깊게 미워하는 관계에 쉽게 빠지는 불안하고 다정다감한 여러 환자들이 내게 동기의식을 부추긴 점도 있다. ‘관계, relationship’의 예를 들어 봐라. 성미 괄괄한 한 환자가 숨가쁘게 대답한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저녁을 같이 하고 섹스를 하고 결혼해서 행복하..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23.07.24
|詩| 자율신경 자율신경 -- 마티스 그림 “숲속에서”의 여자에게 (1922) 숲의 일부분 숲 전체 서늘한 숲 나무들 키가 크다 참 시원해, 그치? 나무들 사이 청색 하늘로 날아다니는 精靈 날개 없이 마음 놓고 쏘다니는 精靈 숲속 살색 담요 위에서 책을 읽는 여자 마음 詩作 노트: 마티스는 화폭에 여자를 아주 작게 그릴 때가 많다. 그림 속 여자가 자연이 시사하는 自律性의 내막을 알아내기 위하여 하늘을 날아다닌다. 우리 모두가 그러고 있다. © 서 량 2023.07.23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