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량 488

|詩| 파도

파도 -- 마티스의 “파도 속 벌거벗은 여자”에게 (1938) 하늘 높은 날갯짓 갈매기 날갯짓 눈을 반쯤 뜬 채 활개치는 물안개 속 갈매기 갈매기 갈매기 사방팔방으로 퍼지는 파문, 웨이브, waves 칠흑빛 화려한 암흑을 도도히 떠맡은 女子 눈을 반쯤 감은 채 이목구비가 뚜렷한 詩作 노트: 마티스의 線은 늘 부드럽다. 흐르는 물, 잔잔한 파도처럼. © 서 량 2023.09.01

|詩| 생각

생각 -- 마티스 그림 “창가에서”의 여자에게 (1921) 먼 바다 짙푸른 바다 기립자세 중거리 위치 야자수 두터운 목덜미 깍지 낀 손 풍성한 치마 여자 얼굴 표정은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다 야자수 여자의 등을 보고 있는 나는 무슨 靈感을 좇고 있는지 詩作 노트: 마티스 왈, “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노력을 요구하는 창조적인 행위다.” © 서 량 2023.08.31

|詩| 항아리 원피스

항아리 원피스 -- 마티스 그림 “프랑스 유화”의 여자에게 (1939) French 스타일로 새빨간 항아리 노란 하늘로 붕 뜨는 여자의 몸 미음字로 생긴 정방형 正方形 장독대 스르르 사라지는 장독대 햇고추장 냄새 향긋한 항아리 원숙한 원피스 詩作 노트: 마티스 여자의 옷이 몸에 꼭 끼어 보인다. 날씬한 옷이 항아리 치마로 느껴진다니까. © 서 량 2023.08.29

|詩| 아웃라인

아웃라인 -- 마티스 그림 “노란 드레스의 카티아”에게 (1951) 짙푸르게 휘몰아치는 氣流 샛노란 실루엣 뚜렷한 윤곽 가슴 배 V字로 파인 네크라인 눈 코 입 없는 얼굴 짙푸르게 휘몰아치는 氣流 노랑+흰색 빛 여자 얼굴이 하는 유체이탈 詩作 노트: 마티스가 위암 수술 후유증으로 13년 동안 고생하다가 심장마비로 죽기 3년 전, 81살에 그린 그림. 아름답다. © 서 량 2023.08.24

|詩| 그림책

그림책 -- 마티스 그림 “노란 테이블의 독서가” 여자에게 (1944) 꽃이며 과일이며 투명한 靈體 영체는 거의 100% 신령스럽다 여자가 가슴으로, 가슴으로만 점검하는 그림책 옅은 카나리아 노랑색 테이블, canary yellow 드넓은 창공을 휩싸는 청색 기운 무지무지 큰 테이블에 떠도는 연두색 氣運 詩作 노트: 마티스 왈, “나는 테이블을 곧이곧대로 그리지 않고 테이블이 일으키는 감정을 그린다.” 100% 맞는 말! © 서 량 2023.08.22

|컬럼| 448. 꿈, 詩, 그리고 無意識

자각몽(自覺夢, lucid dream)에 대하여 생각한다. 꿈을 꾸면서 자신이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두뇌작용이다. 자각몽은 꿈의 내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한다. 8000년 전 티벳의 요가수행에서 출발한 자각몽. 2000년 전 불교수행의 분파로 다시 성행된 자각몽. 1970년대부터 과학적 연구대상으로 대두된 자각몽. 흉측한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꾸면서 아, 지금 내가 꿈을 꾸는 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순간 당신은 혼비백산으로 흩어지는 공포심을 컨트롤하면서 괴물에게 말을 거는 여유가 생긴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보는 대담한 질문에 괴물이 잠시 주춤한다. 괴물의 언어감각은 당신을 따라잡지 못하는 법. 괴물이 위협적인 행동으로 당신을 ..

|詩| 녹색 잠수함

녹색 잠수함 -- 마티스 그림 “수를 놓은 녹색 블라우스” 여자에게 (1936) 풍선 두 개 두 어깨 아무리 눌러도 터지지 않네 둥둥 뜨는 잠수함 바다 밑 2만리에서 바라보는 水上 수상ski 날렵한 동작 수상스키 보면 볼수록 큰 문어발 손가락 끊임없이 물결치는 푸른 눈동자 詩作 노트: 마티스의 여자가 바다 밑에서 눈을 크게 뜨고 있다. 문어발 같은 손의 여자가 물속에서 코로 숨을 쉰다. © 서 량 2023.08.20

|詩| 빨간 물고기

빨간 물고기 -- 마티스 그림 “금붕어와 조각품”의 여자에게 (1912) 빛이 쉽게 관통하는 바다 밑 deep blue 하늘색 바다 밑 소라 빛 물기둥이 垂直으로 탐색하는 물탱크에 빨간 물고기 세 마리 천천히 헤엄치고 있어요 물탱크 옆으로 피어나는 파란 꽃 빨간 꽃 여자가 한쪽 팔을 뒤로 하면서 deep blue 하늘을 휙 가로지르네 詩作 노트: 마티스가 그린 室內가 꼭 바다 속처럼 아늑하다. 금붕어들이 가만이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 서 량 2023.08.18

|詩| *류트

*류트 -- 마티스 그림 “류트”에 나오는 여자에게 (1943) 비좁은 데스크 위 만개하는 꽃 초록색 잎새 드넓은 房 붉은 빛이 선명하게 빚어내는 音感 벽에 걸린 데생 흰 도화지 속 여자 *lute: 연주법이 기타 비슷한 초기 현악기 詩作 노트: 마티스의 독특한 色感이 독특한 音感을 풍긴다. 특히나 마티스가 무지막지하게 마티스다울 때. © 서 량 202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