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코스타 리카의 도깨비 코스타 리카의 도깨비 입 속 동굴 속 캄캄한열대야를 지키는 송곳니 두 개빨강 코 도깨비가 붙박이로 서있네나도 붙박이 꼼짝달싹 못해요도마뱀 눈 개구리 눈수직으로 웃는 눈당신을 홀랑 잡아먹을 것 같잖아으르렁 으르렁 어때 무섭지 詩作 노트:Costa Rica 더운 날씨. 소화전 혹은 도깨비처럼 보이는예술작품 흉내를 냈지. 설명은 읽지 않고 사진만 찍었다. © 서 량 2024.03.05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06
|컬럼| 462. 우리는 왜 굿모닝을 외치는가 이른 아침, 병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어느새 심리학 인턴으로 보이는 금발 여자가 옆에 서 있다. 나는 얼떨결에 ‘굿모닝’ 하며 소리친다. 그녀는 움찔하는 기색이다. 출근길은 험악한 날씨였다. 낯선 사람에게 하는 짧은 탄성, ‘Good morning!’은 상대에게 불특정적 호감을 전달하려는 예식이다. 웬만한 페북의 엄지척에 비하여 좀 무성의한 심리상태라 할 수 있다. 옥스포드 사전은 ‘good day’가 13세기 말, ‘good morning’이 15세기 중엽부터 쓰이기 시작했다고 기록한다. 불어 ‘bonjour’, 이태리어 ‘bonjourno’, 스페인어 ‘buenos dias’에서는 ‘아침’보다 ‘하루’가 압도적이다. ‘Have a good day!’는 백화점 점원이 계산을 다 마쳤을 때 손님에게 ..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24.03.05
|詩| 물벼락 물벼락 목덜미를 물어뜯는다 물줄기가 줄기세포를 막무가내로 증식시키는 무게감각Costa Rica 관광관광이 관건이었어불문곡직흠씬 두들겨 맞는 거지 퍽퍽 쪼개지는 등뼈 詩作 노트:2018년 코스타 리카 관광 중 조그만 폭포 아래몸을 앉히고 물벼락을 맞았다 벌받는 기분으로 © 서 량 2024.03.04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04
|詩| 봄기운 봄기운 폐쇄병동을 샅샅이 살피는 CCTV 연두색 거인이 팔을 벌리네 구름 아랫도리가 거무티티해요 오일 페인팅 붓질이 산만하다 슬며시 고개를 드는 주홍색 애꾸지게 소매를 물어뜯는 나는 independent entity 완전 독립개체다 詩作 노트: 2월 말부터 슬슬 병동환자들이 쓸데없이 들뜬다 어제는 집채만한 구름이 병동 안으로 들어오더라 © 서 량 2024.03.01 詩 2024.03.01
|詩| 소리가 타는 냄새 소리가 타는 냄새 두 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비발디 협주곡을 듣는다 A minor 멜로디 불길로 타오르는 빨강머리 카톨릭 사제 Antonio Vivaldi 천식으로 기침을 킁킁 하는 비발디 스타일 박하 냄새 팍팍 풍기며 얽히는 바이올린 줄 열덟 개 입안에 갓 들어간 껌을 우적우적 씹는다 그래도 목이 타네 詩作 노트: 옛날에 쓴 詩가 조심스러워서 많이 미흡하다 나이 들수록 詩를 막무가내로 쓰고 싶어지지 말도 그렇게 하고 비발디를 듣자니까 © 서 량 2012.02.27 – 2024.02.29 詩 2024.02.29
|詩| 엄지발가락 엄지발가락 가장 크고 굵은 엄지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를 추켜올리며 당신을 응원하는 순간이다 당신의 독립성 한껏 넓은 사이버 스페이스를 활주하며 힘껏 꼬부리는 발등 엄지의 힘 詩作 노트: 엄지척을 하면 고대로마 시민이 된 기분이다 원형경기장에서 toga를 걸치고 상대를 쓰러뜨린 gladiator에게 엄지척을 하는 © 서 량 2024.02.28 詩 2024.02.28
|詩| 피아노로 치는 기타 악보 피아노로 치는 기타 악보 슈베르트 세레나데 시작 부분 광화문 연가 7도화음 줄 여섯 개 드르릉 천천히 울리네 터지는 arpeggio 분산화음 에헤야 데야 노닐다 울컥하며 열 손가락이 숨을 고루는 intermission 중간휴식 詩作 노트:기타 줄 6개를 사납게 긁지 않고 조심스럽게 긁으면arpeggio 분산화음이 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음 © 서 량 2024.02.27 자서전的 詩모음 2024.02.27
|詩| 튜바가 붕가붕가 튜바가 붕가붕가 대퇴근을 감싸는 홀태바지 맘보바지 성북구 불량소년 붕가붕가 뺀드부 붕까붕까 입술 떨리는저음이 달콤해요 옛날은 저음이야뺀드부 빛 바랜 흑백 사진 oompah oompah 튜바가 컴퓨터 데스크에 코를 처박고 있네 詩作 노트:테너 튜바를 구입해서 요즘 간간 열심히 연습 중이다테너 튜바는 크리스마스 때 보는 튜바처럼 크지 않다 © 서 량 2024.02.25 자서전的 詩모음 2024.02.25
|詩| 지하철 수자폰 지하철 수자폰 큼직한 사과 황금사과캄캄한 시멘트 바닥에 콱콱붕붕 박히는 황금알밴드부 템포 멜로디가 사라지고 없어당신은 진짜 괴짜야 Sousaphone 부드럽기 짝이 없는 수자폰 소리한번 해 볼만 해 詩作 노트:몇 년 전에 꽤 오래 전 같은데 지하철을 가다가 말고수자폰을 붕붕 부는 젊은 흑인여자와 사진을 찍었지 © 서 량 2024.02.24 자서전的 詩모음 2024.02.24
|詩| *가려운 양파 *가려운 양파 -- 넷플릭스 드라마 ‘Warrior (2023)’를 보고 나서 천정이 높은 실내 낡은 피아노 소리가 술잔에 부딪친다 갈매기 날갯짓으로 붕 뜨는 에너지 세포분열이 터진다 경건한 분열 몸놀림 상처 trauma 화면을 적시는 빗물 어깨 뒤태가 두툼한 남자가 오리걸음으로 걸어간다 코를 찌르는 양파 냄새 남자가 속삭인다 The reason I came to America was… 나는 왜 미국에 왔나 주먹질 총질 칼부림 가려운 가슴 위에 얹히는 얼음주머니 여자는 내 고등학교 동창생을 꼭 닮은 주인공 손을 잡는다 詩作 노트: 19세기 말. 샌프란시스코에 철도공사를 위하여 이민 온 중국인들을 백인들이 ‘itchy onions, *가려운 양파’라 부르고 중국인들은 백인들을 ‘duck, 오리’라 불렀다... 詩 202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