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량 521

|컬럼| 57. 늑대사랑 인간의 사랑

늑대사랑 인간의 사랑 고대영어로 ‘love’를 ‘lufu’라 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누구나 얼른 쉽게 알아듣는 말이다. 처음에 동사로 쓰이다가 ‘애인’이라는 명사의 뜻이 생긴 것은 1225년. ‘성교하다’라는 의미의 ‘make love’는 1580년경에 은유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아주 노골적인 용법으로 대두된 것은 미국영어에서 1950년대부터다. 우리말 사전에 ‘사랑’은 1.남녀가 서로 끌려서 좋아함 2.남을 돕고 이해함 3.사물을 소중하게 아낌 4.부모 자식간이나 위 아래 사람들이 서로 귀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대별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도 고대 희랍인들이 사랑을 1.색정(eros) 2.호의(agape) 3.좋아함(phileo) 4.부모자식 간의 유대감(stergo)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별하던..

|컬럼| 56. dot come 시대

dot com 시대 'com'은 '같이' 또는 '함께'라는 라틴어 접두사로 영어에 자주 쓰인다. combine(결합하다), companion(동반자), communication(의사전달), 그리고 하다 못해 communism(공산주의)도 다 'com'으로 시작한다. 음악을 전공으로 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forte'가 '강하게'라는 뜻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comfort'는 '함께 강하게 해 주다'는 의미에서 '위로하다'라는 말이다. 'compassion'은 희랍어의 'pathos(아픔)', 혹은 라틴어의 'passio(괴로움)' 앞에 'com'이라는 접두사가 들어가서 '동정심'이라는 뜻이 됐다. 같이 아파하고 같이 괴로워하는 마음이다. 공산당원들이 서로를 점잖게 부를 때 '동지(同志)'라 칭하는데..

|컬럼| 55. 달리는 물과 흐르는 물

달리는 물과 흐르는 물 물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영어로는 'running water(달리는 물)'이라 하고 우리는 '흐르는 물'이라 일컫는다. 콧물이 흐르는 것도 영어로 'runny nose(달리는 코?)'라 한다. 이렇듯 서구적인 'run'은 급하고 적극적임에 반하여 동양적인 '흐르다'는 여유만만하고 느릿느릿하게 중력의 힘을 빌려 움직이는 소극적인 분위기다. 이것은 독립성이 미흡한 존재의식이기도 하다. 양키들의 시간관념은 대체로 절박감에 허덕이는 것으로 보인다. 'We have run out of time'을 '우리가 시간 밖으로 뛰어 갔다'고 했다가는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반면에 '시간이 다 지났다'는 식으로 유유자적하게 번역하면 당신 귀에 금방 쏙 들어올 것이다. 그러니까 양키들의 시간은 ..

|컬럼| 54. 만지기와 빼앗기

만지기와 빼앗기 'take'라는 단어를 시사영어사 94년도 판 영한사전에서 찾아 보니 잡다, 붙잡다, 얻다, 받다, 가져가다, 데려가다, 고르다, 받아들이다, 맡다, 취하다, 등, 타동사로 30개, 뿌리를 내리다, 미끼에 걸리다, 등 자동사로 11개, 그리고 취득, 매상고 등 명사가 5개로, 장장 두 페이지 반에 걸쳐서 그 뜻과 해설이 잡다하게 펼쳐져 있다. 이것은 즉 'take'에 해당하는 딱 한마디의 단어가 우리말에는 없다는 사연이다.한국 사람들에게 'take'는 거칠고 생소하고 어려운 영어다. 우리들 입에서 저 흔해 빠진 'Take it easy' 혹은 'Take care'도 적재적소에 총알처럼 재빠르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 짧은 관용어에 해당하는 개념이 미국식으로 머리 속에 꽉 박혀 있지 않기 ..

|컬럼| 53. 욕심쟁이 양키들

욕심쟁이 양키들 'I have two children'을 '애가 둘입니다' 또는 '애가 둘이 있습니다'로 번역하지 않고 직역해 '저는 애를 둘 갖고 있습니다' 하면 현재 뱃속에 쌍둥이를 임신 중이라는 말처럼 들린다.영어의 표현은 내 것과 남의 것이 차이가 뚜렷하다. 다시 말해 소유의 개념이 확실하다. 우리말은 '우리집'이나 '우리 와이프'(?)처럼 공동 소유격을 쓴다. 국가도 양키들은 '내 나라(my country)'라 하고 한국인들은 '우리 나라'라 한다. 우리는 절대로 '내 나라'라 하지 않는다.사람이거나 시간이나 뭐든 하나같이 소유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I have lots of friends; I have too much time; I have a good idea' 하는 식으로 늘 양키들은 ..

|컬럼| 52. 성난 얼굴로 뒤돌아보라

성난 얼굴로 뒤돌아보라 영국의 존 오스본(John Osborn)이 1956년에 발표한 '성난 얼굴로 뒤돌아 보라(Look Back in Anger)'라는 희곡을 당신은 혹시 기억하는가. 중산층 부부간의 갈등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불만이 가득한 시대상을 그린 희곡을. 예나 지금이나 글쟁이들은 시대를 앞서간다.  대체로 첨단적인 사상은 유럽에서 발생한다.  마침 또 때를 맞추어 미국에서는 이듬해1957년에 잭 케루액 (Jack Kerouac)이 'On the Road(노상에서)'라는 소설을 씀으로써 명실공히 당시의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이라는 개념이 태어났다.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은 비트 제너레이션의 시대였다. 'Angry young men'이라는 유행어가 생긴 것도 그 ..

|컬럼| 51. 나쁜짓 하기

나쁜 짓 하기  'do'는 우리말로 '하다'라는 뜻. 영어에서 쉽게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그 의미는 실로 복잡다단하다. 'do'는 사실 알고 보면 나쁜 뜻 투성이다. 서구적 사고방식의 역사적인 변천사라 할 수 있는 'do'의 나쁜 뜻이 파생된 연대 순위를 문헌을 조사해서 정리 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괄호 속의 숫자는 처음으로 그 뜻이 생겨난 연도를 뜻한다. 이 말들은 현대영어에 아직도 고스란히 쓰이고 있다. ➀죽이다(1350): They did all the guards first: 그들은 우선 경비원들을 다 죽였다(해치웠다). ➁넘어가다(1641): The nerd was easily done: 그 얼간이는 쉽게 넘어갔지. ➂감옥살이하다(1860년 대): He did ten years: 그는 10년을..

|컬럼| 50. 플리즈와 플레이

플리즈와 플레이 당신은 마르티니(Jean Paul Martini 1741 - 1816)가 작곡한 이라는 노래를 기억하겠지. 'Plaisir d'amour'라는 노래. 'plaisir'는 고대 불어에서 ‘기쁨’이라는 뜻이었고 영어의 'please' 혹은 'pleasure'와 그 말 뿌리가 같다. 14세기 초엽에 라틴어의 'placere'는 현대어의 'please'의 전신으로 '동의(同意)하다(agree)'라는 의미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기쁨은 서로 마음을 같이하는데 있었다. 기쁨이란 돈이나 권력보다는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데 있다. '플리즈'와 발음이 비슷한 '플리드(plead)'는 13세기 때는 '법정에 가다'라는 뜻이었다. 이쯤해서 당신은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생각해 볼지어다. 어찌해서 '기쁘다..

|컬럼| 486. 이중장부

이중장부 우리는 이중장부의 삶을 산다. 하나는 내면세계(internal world), 다른 하나는 외부현실(external reality)을 기록한다. 전자를 ‘private life’, 후자를 ‘social life’라 부른다. 오래 전 수련의 시절. 피부가 뽀얀 입원환자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스무 살 좀 넘은 그녀는 자기가 당시 미국을 휩쓸던 영화 ‘Love Story’의 여주인공이라는 망상을 호소한다. 저를 영화 속 음대생 제니라 불러달라 요구한다. 세션마다 자신과 하버드 법대생 올리버와의 뜨거운 사랑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그녀를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럽다. 지도교수는 그녀가 하는 말을 받아드리며 계속 듣기만 하라 한다. 나는 그의 충고를 실천에 옮기며 나도 모르게 환자가 정말 제니라고 ..

|컬럼| 49. '당나귀'와 '궁둥이'

'당나귀'와 '궁둥이' 'ass'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당나귀'라는 뜻이고 두번 째는 'arse'라는 비어(卑語)가 변한 말로 '궁둥이'라는 뜻. 'arse'는 혀를 꼬부려서 발음하기가 힘이 들어 'ass'로 와전돼 버린 말이다.일부 언어학자들은 이 두 번째 궁둥이라는 뜻도 당나귀에서 유래한 것으로 착각을 한다. 당나귀! 하면 제일 먼저 떠 오르는 연상작용이 그 거대한 엉덩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ass'와 'arse'는 엄연히 다른 말이었는데 양키들이 잠시 먼 산을 바라보는 사이에 '당나귀'가 '궁둥이'로 변한 것이다.이 말을 당나귀들이 들으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는가. 당나귀건 사람이건 한 어엿한 생명체를 궁둥이와 동일시 하는 것은 동물애호와 박애주의 사상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