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실내 실내 뚝배기 나란한 젓가락 남은 음식영갑 순재 안무 규동 창남 나 기인이 형 진훈이 미소 짓네 미세스 조 육 엄 최 와사비 초고추장 웃음절반은 안경을 안 썼어 시력이 좋은 거야뉴욕 뉴저지 바다가 그리운 의사들딱 한 명 떠억 넥타이를 잡숫질 않았나 詩作 노트:지난 9월말 맑은 날 동창 여덟이 Englewood Cliffs ‘바다이야기’ 맛집에서 만났다 충호 준재가 빠졌어 ⓒ 서 량 2024.11.10 자서전的 詩모음 2024.11.10
|詩| 도서관 도서관 다들 카메라 쪽을 바라보네 공부고 나발이고 옥상에 부는 바람결성미 고분고분한 의대생 여섯을 보아라홍서, 창용이, 병일이, 나, 덕성이저 멋진 신사복 차림이제 보니 태운이 옷차림이 제일 마음에 드네 詩作 노트:언제였는지 1965, 1969년 사이가 틀림 없어얼굴 표정들이 참 모두들 고분고분하지 않나 ⓒ 서 량 2024.11.08 자서전的 詩모음 2024.11.08
|詩| 인터미션 인터미션 실없이 미소 짓는 토끼붉은색 조끼를 걸친 채숨찬 뜀박질을 멈춘느슨한 햇살 초가을두 귀를 쫑긋 세운 채내 생각을 오물오물 씹는 당신하늘에 깔린 솜사탕을 찢어 먹듯 詩作 노트:브롱스 식물원에 가기를 아주 잘했어. 우두커니 앉아있는 토끼의 길다란 귀를 만지고 싶었는데. ⓒ 서 량 2024.11.05 자서전的 詩모음 2024.11.05
|詩| 도깨비불 도깨비불 사람 없는 길거리다시 만난 도깨비 얼굴옛날 그대로다 내 얼굴 생선 지느러미 활개치는 jack-o’-lantern 입꼬리 입꼬리 당신 얼이 쑥 빠지도록 활활 타는 촛불을 머금은 채 詩作 노트:할로윈데이 하면 호박인지 가을 하면 호박인지 밤낮없이 호박만 눈에 띈다 ⓒ 서 량 2024.11.03 자서전的 詩모음 2024.11.03
|詩| 유리 유리 빛의 옆자리, 투명하게귀에 쟁쟁하게하늘을 나르는 선녀 옷자락 소리유리벽 건너 사방이 환해, 선녀 언저리오른쪽 어깨를 덮는 눈부신 암흑안경을 벗고 내가 바라보는당신의 속 詩作 노트:브롱스 식물원 큰 건물 안, 앨리스로 추정되는 선녀가 유리벽 건너 하늘로 훨훨 날아가는 거 있지. 말도 안돼 ⓒ 서 량 2024.11.01 자서전的 詩모음 2024.11.01
|컬럼| 479. 똥꿈 똥꿈 신라 김유신의 여동생 보희가 ‘오줌 꿈’을 꾼 이야기가 삼국사기에 나온다. 보희가 산 위에서 배설한 오줌이 엄청난 분량으로 서라벌 땅을 적시는 꿈이다. 동생 문희는 비단치마 한 벌을 언니에게 건네주고 그 길몽(吉夢)을 산다. 문희는 오빠 김유신의 계략으로 선덕여왕 왕실의 고위급 인사 김춘추와 여차여차하여 정을 맺는다. 나중에 태종무열왕이 되는 그와 혼인하여 7세기 중반에 왕비가 된 문희는 언니의 꿈을 매입하고 팔자를 고친 셈이다. 그룹 세션. 간밤에 똥을 만지는 꿈을 꿨다고 한 환자가 밑도 끝도 없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한다. 꿈은 속뜻과 겉 뜻이 반대일 경우가 많다고 했지. 우리의 무의식은 겉과 속이 반대일 때가 많다니까. 한국의 민속신앙에서 ‘똥꿈’은 재운(財運)을 예고하는 꿈이기 때문에 한국인..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24.10.28
|詩| 데이트 데이트 울긋불긋2중주 green 병아리 yellow약속은 運指法 손가락 연습이다토끼털 스치는 입술이 아프도록늦었어요 늦지 않았어 전생 후생을 송두리째 망각하는 당신 詩作 노트:전생과 후생을 뛰어다니는 열살 짜리 Alice in Wonderland. 시간약속을 지키려는 토끼. ⓒ 서 량 2024.10.26 자서전的 詩모음 2024.10.26
|詩| 토끼굴 토끼굴 Wonderland 얼이 쑥 빠지지Alice 팔다리가 다 사라지지굴 속이 환해요 우리는 다 미쳤어 나뭇가지에 넙죽 올라가 히죽히죽 웃는 Cheshire Cat딩가딩가 울리는 통기타 소리 당신 얼굴 눈을 꾹 감은 모습 詩作 노트:벼르고 벼르다 갔다 앨리스를 만나기 위하여브롱스 식물원 토끼굴 속에서 한참을 헤맸지 ⓒ 서 량 2024.10.20 자서전的 詩모음 2024.10.20
|컬럼| 478. 혼동 어릴 적에 혼동과 혼돈의 뜻이 곧잘 헷갈렸다. 서로 발음이 비슷해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좀 그렇다. 네이버 사전은 ‘혼동(섞을 混, 같은 同)’을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서 보거나 생각함’, 그리고 ‘혼돈(섞을 혼, 막힐 沌)을 ‘마구 뒤섞여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이라 풀이한다. 영어로 혼동은 ‘confusion’. 혼돈은 ‘chaos’. 이 두 말은 발음이 서로 생판 다르기 때문에 뜻이 섞갈리지 않는다. 요컨대 혼동과 혼돈은 뒤섞거나 뒤섞이는 것이 문제다. 불고기, 상추, 고추장, 등등을 숟가락으로 뒤섞어 비벼먹는 비빔밥은 별로 열띤 토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을 비빔밥 먹는 식으로 하는 사람은 생각이 부실하다는 말을 듣는다. 오늘 그룹세션 타이틀은 ‘confu..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24.10.15
|詩| 나팔 나팔 입술의 긴장부푸는 허파금속의 차가움 변질하는 금속생각의 변질 이윽고터지는 high pitch 미세한 아픔당신은 뺨을 오므린다 손가락 날렵한 손가락 詩作 노트:2019년 1월에 집에 불이 난 후에 20개월을 전셋집에서 살았다. Covid 바이러스가 겹쳤지. 나팔을 많이 불었어. ⓒ 서 량 2024.10.12 자서전的 詩모음 202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