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량 358

|컬럼| 447. 반말

한 정치가가 노인네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서 치열한 공방이 일어나고 있는 2023년 8월 한국이다. 폄하! 낮출 貶. 아래 下. ‘가치를 깎아내림’이라 사전은 풀이한다. 듣는 사람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말에는 내용적인 이유가 있는가 하면 형식적인 이유도 있다. 겉으로는 예의를 갖춘 듯 들리지만 말의 내용이 안하무인일 수 있는 반면에 상대를 무시하는 말투, 이를테면 ‘반말’을 듣는 순간 불쾌해지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하대(下待)를 받는 경우다. ‘반말 살인’이라는 말로 구글검색을 해 보라. 반말을 했다 해서 살인이 일어난 사례가 당신의 모니터에 우르르 떠오를 것이다. 2019년 8월에 한국을 경악시킨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도 반말에서 시작됐다는 위키백과 보고를 읽는다. ‘半말’은 문자 그대로 반만..

|詩| 염주

염주 -- 마티스 그림 “푸른 옷의 여자”에게 (1937) 얼굴보다 더 훨씬 큰 손 목걸이 염주 念珠 다 있으나 마나 하다 머리 언저리 샛노란 후광 얼굴 손 목 빼놓고 다 구름색으로 가려진 여자 백색으로 백색으로 이글이글 타는 눈 詩作 노트: 어마어마하게 풍성한 치마에 두 줄기 실개천이 흐른다. 마티스의 여자. 형편없이 큰 손, 굵다란 목이며. 나 참! © 서 량 2023.08.04

|詩| 초록 팔찌

초록 팔찌 -- 마티스 그림 “빨간 블라우스” 속 여자에게 (1936) 눈을 크게 뜨는 초록 마음 속 마음 남자 턱도 초록빛 장미를 뺨치는 블라우스가 초록을 넘보면서 초록을 초월한다 무지막지하게 오른 팔 팔찌는 여리기만 한데 詩作 노트: 이 그림 속 여자 블라우스는 좀 심하다 싶은 빨강이다. 여자 등뒤에 마티스 저는 왜 있나 싶지. 안경까지 쓰고. © 서 량 2023.08.03

|詩| 귀

귀 -- 마티스 그림 “한 여자의 프로필”에게 (1935) 아래를 살피는 옆모습 여자 턱은 감자 여자 코는 고등어 눈꼬리를 뒤쫓는 콩팥 腎腸 바닷가 소라 등허리를 바짝 꼬부린 생선 자궁 속 태아 자세 빼어난 태아 자세 詩作 노트: 마티스의 간결성이 좀 무서울 때가 있다. 자궁 속 태아, 등허리 속에 잘 숨어있는 콩팥처럼 무궁무진한 간결성! © 서 량 2023.08.02

|詩| 검정 치마

검정 치마 -- 마티스 그림 “검정색 배경의 독자” 속 여자에게 (1939) 여자 뒷모습 검붉은 꽃 허전한 벽거울 속 세상이 아주 다르다 두 개의 닭다리 발에 꼭 끼는 구두 선인장 두 그루가 떠억 자리잡은 탁자 따위와 詩作 노트: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조는 듯한 마티스 그림에서 거울에 비친 꽃과 꽃병이 실물과 전혀 다르다. © 서 량 2023.08.01

|詩| 검정색 벽

검정색 벽 -- 마티스 그림 “까만 테이블”의 여자에게 (1919) table 위에 놓인 찻잔 눈을 크게 뜬 여자 모자 쓴 여자 한밤중 꽃다발의 복식호흡 丹田호흡 단전에 氣를 모으고 있어요 칠흑보다 어두운 벽에 갇힌 채 snow white 빛으로 꿈틀거리는 龍 詩作 노트: 마티스의 여자 앞에 꽃다발이 살아있고 등 뒤에 백설공주처럼 하얗게 살아있는 龍! © 서 량 2023.07.30

|詩| 인터미션

인터미션 -- 마티스 그림 “보조 발레리나”에게 (1942) 검푸른 벽에 활엽수 잎새 잎새들 목에 걸린 하얀색 말굽자석 여자의 긴 팔 가슴 지느러미 바다 속 인어 人魚 오른쪽 大腦半球 찌렁찌렁 울린다 상승곡선 파도를 타며 하얗게 뛰놀다가 잠시 쉬는 사이 詩作 노트: 마티스가 그리는 여자들이 생선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오른쪽 대뇌반구가 상승곡선을 탄다. © 서 량 2023.07.28

|詩| 손깍지

손깍지 -- 마티스 그림 “보라색 배경에 아네모네 꽃과 함께 있는 소녀”에게 (1944) 보라색 배경 보라색 바탕 소녀의 오른쪽 하박근이 불룩하다 보라색을 지배하는 녹청색 엷은 녹청색 가슴을 덮는 아네모네 붉은 꽃 두 송이 손가락 열개 어떤 손가락이 어떤 손가락인지 몰라도 괜찮아 詩作 노트: 마티스의 보라색 배경이 신비하다. 소녀의 얼굴 표정이 시선을 강탈한다. 그녀는 왜 보라색 테이블보 위에 손을 얹고 손깍지를 끼고 있을까. © 서 량 202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