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량 358

|詩| 소리가 타는 냄새

소리가 타는 냄새 두 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비발디 협주곡을 듣는다 A minor 멜로디 불길로 타오르는 빨강머리 카톨릭 사제 Antonio Vivaldi 천식으로 기침을 킁킁 하는 비발디 스타일 박하 냄새 팍팍 풍기며 얽히는 바이올린 줄 열덟 개 입안에 갓 들어간 껌을 우적우적 씹는다 그래도 목이 타네 詩作 노트: 옛날에 쓴 詩가 조심스러워서 많이 미흡하다 나이 들수록 詩를 막무가내로 쓰고 싶어지지 말도 그렇게 하고 비발디를 듣자니까 © 서 량 2012.02.27 – 2024.02.29

2024.02.29

|詩| 피아노로 치는 기타 악보

피아노로 치는 기타 악보 슈베르트 세레나데 시작 부분 광화문 연가 7도화음 줄 여섯 개 드르릉 천천히 울리네 터지는 arpeggio 분산화음 에헤야 데야 노닐다 울컥하며 열 손가락이 숨을 고루는 intermission 중간휴식 詩作 노트:기타 줄 6개를 사납게 긁지 않고 조심스럽게 긁으면arpeggio 분산화음이 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음 © 서 량 2024.02.27

|詩| 튜바가 붕가붕가

튜바가 붕가붕가 대퇴근을 감싸는 홀태바지 맘보바지 성북구 불량소년 붕가붕가 뺀드부 붕까붕까 입술 떨리는저음이 달콤해요 옛날은 저음이야뺀드부 빛 바랜 흑백 사진 oompah oompah 튜바가 컴퓨터 데스크에 코를 처박고 있네 詩作 노트:테너 튜바를 구입해서 요즘 간간 열심히 연습 중이다테너 튜바는 크리스마스 때 보는 튜바처럼 크지 않다  © 서 량 2024.02.25

|詩| 지하철 수자폰

지하철 수자폰 큼직한 사과 황금사과캄캄한 시멘트 바닥에 콱콱붕붕 박히는 황금알밴드부 템포 멜로디가 사라지고 없어당신은 진짜 괴짜야 Sousaphone 부드럽기 짝이 없는 수자폰 소리한번 해 볼만 해 詩作 노트:몇 년 전에 꽤 오래 전 같은데 지하철을 가다가 말고수자폰을 붕붕 부는 젊은 흑인여자와 사진을 찍었지 © 서 량 2024.02.24

|컬럼| 461. 떠버리 칼로스

폐쇄병동에서 그룹테러피를 하다 보면 혼자서만 떠들어대는 환자가 있다. 약속이라도 한듯 칼로스가 매양 그 역할을 담당한다. 그의 별명은 ‘loudmouth, 떠버리’다. 횡설수설하는 그에게 다른 환자 왈, “너 말 좀 고만할 수 없냐. 침묵이 금이라는 걸 모르냐?” - 내가 슬쩍 끼어든다. “야, 도대체 침묵이 금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 참, 영어 속담에 ‘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en’이라는 말이 있지. 이건 배려심 많은 사람들이 조곤조곤 심금을 털어놓는 그런 세련된 그룹테러피가 결코 아니다. 잠시 내가 방심을 하는 순간에 군중을 지배하는 의식의 흐름은 도떼기시장처럼 엉망진창이 된다. 질서를 유지하는 내 그룹 리더십이 더없이 망가진다. 나는 언어의 교통순경이다. 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