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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기타(Guitar) / 김종란

바람의 기타(Guitar) 김종란 케이블카 위에 구름이 흐른다 케이블카 지붕 위에 기타를 안고 있다 바람은 기타를 울려 본다 내 서툰 연주 덮으려 연주를 한다 바람이 밀어다 올려 놓은 케이불카 지붕위에 위태위태 흔들리며 선다 기타를 껴 앉는다 오후 4시와 5시 사이 허드슨 강이 무겁게 흐르고 엿가락 같이 끈적하고 기인 길도 터벅터벅 들어 온다 비 개인 숲속에서 자라나 뛰어든 폭포 이미 끝자락 푸르고 희게 웃으며 떨어진다 붐 비는 도시 어두운 길에 화투짝처럼 떨어져 있다가 바람에 휘몰려 지붕위에 날아 오른다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맨해튼 어느 지붕 위에서 서툴게 기타를 친다 젖은 신발 벗지 못한 채 지니고 온 때 묻은 배낭에 기대어 보다 못한 바람이 나의 기타를 울린다 여러 길을 걸어와 잠시 머물다 일어서야..

|詩| 늦가을 비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곰팡이 냄새 물씬한 비가 누추한 강변을 적시는 그런 구질구질한 비가 내릴 때 같은 때 당신이 음침한 흑백사진을 찍는다거나 잃어버린 사랑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게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내가 몇 번을 당부했어 안 했어 화사한 햇살이 멀미처럼 출렁이던 늦가을 오후는 가고 없고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비가 나 몰라라 하며 내린다 지하실에도 다락방에도 컴퓨터 모니터에도 날 보고 어쩌란 말이야 하며 큰 소리도 치지 않고 내린다 내일 죽어도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듯 거침 없이 죽죽 잘만 내린다 © 서 량 2010.11.23

201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