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종이로 접는 봄 / 임의숙

서 량 2012. 3. 23. 22:55

 

 

종이로 접는 봄

 

                                  임의숙

 

 

젖는다는 것은 처음을 기억하지만 돌에 스미는

물의 기복이 심한 날에는 우리 난파선을 탄다

회색의 하늘에 붉은 장미를 접으려다 목련을 걸어놓은 아침

접힌 선 하나에 줄 하나를 그으면 나비입니다

네모에서 세모로 변형된 감정은 반 쪽을 잃은 걸까요

접힌 나비의 날개처럼, 버릇이래요 줄줄이 뽑아 올리는 건

소리 없이 울어본 티슈 방울들은 유연합니다

금새 마른 스텝으로 춤을 춥니다

오늘의 운세를 믿으세요 북서에서 불어 온다는 기압골의

빨강과 파랑이 부딪혀 터진 빗방울은 감정입니다

띠 자리마다 누구의 감정 일까요

연못에 벌써 개구리를 접어 넣어 둔

구름 바늘이 직직 긁고 있는 음악을 듣고 있나요

개구리는 왜 울까요 4 시에서 8 시 사이의 고민처럼

리듬의 숨 구멍마다 훔쳐본 눈동자들이 미끄럽습니다만

깨어날 그들을 내일이라 부르겠습니다

블루제이 한 마리 날려 보내고 연못에 띄울 배 한 척 접는 당신.  

'김정기의 글동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동 / 전애자  (0) 2012.04.10
Death Valley / 송 진  (0) 2012.04.08
봄이다 / 황재광  (0) 2012.03.15
위험한 겨울 / 송 진  (0) 2012.03.06
여자의 계절 / 임의숙  (0) 201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