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계절
임의숙
겨울의 각질로 돋아난 새치들
구름 샴푸를 풀어 새의 발자국을 지웁니다
입술이 닿은 흙, 살갗이 보드랍게 터져
수선화를 깨웠습니다
봄 비 내리는 날
머리를 감는 저 나무는
곧 파마를 한다는데요
당신 생각은 어떠한지요?
가지마다 달팽이 겨드랑이
마디 마디 굵은 힘줄이 굽었습니다
간지럼 기차가 다섯 바퀴로 지나고
바람에 따라온 별이 안개 속에서도
빛으로 잠을 자던 곳
목선에 친 도랑 하나를 넘고 둘을 넘어
버들강아지 모여 놀던 강가
매 맞던 아이는 훌쩍 커버렸습니다
언덕 골반의 언저리에는
소녀의 삼각팬티, 노랗게 피어나던 자리
아직 민들레 홀씨 묻혀 있겠습니다
봄비 내리는 날
곧 꽃이 핀다는데요
분홍립스틱 하나 선물하시겠어요?
여자의 계절입니다.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다 / 황재광 (0) | 2012.03.15 |
---|---|
위험한 겨울 / 송 진 (0) | 2012.03.06 |
김 화백의 주말 / 조성자 (0) | 2012.02.17 |
말굽 화석 / 조성자 (0) | 2012.02.17 |
기다리는 모정 / 윤영지 (0) | 2012.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