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바람의 기타(Guitar) / 김종란

서 량 2012. 12. 26. 12:13

 

바람의 기타(Guitar)

 

                                         김종란

  

케이블카 위에 구름이 흐른다 케이블카 지붕 위에 기타를 안고 있다 

바람은 기타를 울려 본다 내 서툰 연주 덮으려 연주를 한다

바람이 밀어다 올려 놓은 케이불카 지붕위에 위태위태 흔들리며 선다

기타를 껴 앉는다 오후 4시와 5시 사이  허드슨 강이 무겁게 흐르고

엿가락 같이 끈적하고 기인 길도 터벅터벅 들어 온다 비 개인 숲속에서

자라나 뛰어든 폭포 이미 끝자락 푸르고 희게 웃으며 떨어진다

붐 비는 도시 어두운 길에 화투짝처럼 떨어져 있다가

바람에 휘몰려 지붕위에 날아 오른다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맨해튼

어느 지붕 위에서 서툴게 기타를 친다

젖은 신발 벗지 못한 채 지니고 온 때 묻은 배낭에 기대어

보다 못한 바람이 나의 기타를 울린다

여러 길을 걸어와 잠시 머물다 일어서야 하는

길에서 기타를 들고 있다

 

© 김종란 201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