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는 사이입니다
임의숙
당신과 나, 잠시 이별하는 사이입니다
이 비는 12 월의 마지막 눈물 같습니다
우산 없이도 맞을 수 있는 따뜻한 비입니다
오늘 비를 맞으며 나무에 동면 반지를 감아 주었습니다
나란히 쌍 가락지를 끼었습니다
나무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그 듬직함이
오랜 연인 같아 커플 링이란 말이 왠지 가볍고 짧았습니다
그 나무 아래
한 편의 시를 묻었습니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
나무는 긴 동지의 허니 문, 달빛을 사랑하겠고
우리는 잠시, 파랗고 노란 단어들을 잊습니다
문 밖 하얀 세상에는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기억을 회상 하겠지만
미끄러지는 발자국 몇 개 있을 것 같습니다
기다림이란 기다림 속에 있듯이
동상 걸린 발가락처럼 가려움으로 꼼지락거려도
붉어졌다 푸른 멍 자국, 보라 빛 그리움으로 남아도
읽어 볼 수 없는 한 편의 자연 시 입니다
창 살 고드름 얼린 눈 덩어리로 맞는 냉한의 시간이 지나면
굳은 살 땅 속을 열고 여린 한 잎의 초록이
조문 조문 써 내려가는
한 편의 시를 읽겠습니다
그 때까지
당신과 나 이별을 하는 사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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