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이별하는 사이입니다 / 임의숙

서 량 2011. 12. 8. 05:35

 

이별하는 사이입니다

 

                                  임의숙

 

 

당신과 나, 잠시 이별하는 사이입니다

이 비는 12 월의 마지막 눈물 같습니다

우산 없이도 맞을 수 있는 따뜻한 비입니다

오늘 비를 맞으며 나무에 동면 반지를 감아 주었습니다

나란히 쌍 가락지를 끼었습니다

나무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그 듬직함이

오랜 연인 같아 커플 링이란 말이 왠지 가볍고 짧았습니다

그 나무 아래

한 편의 시를 묻었습니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

나무는 긴 동지의 허니 문, 달빛을 사랑하겠고

우리는 잠시, 파랗고 노란 단어들을 잊습니다

문 밖 하얀 세상에는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기억을 회상 하겠지만

미끄러지는 발자국 몇 개 있을 것 같습니다

기다림이란 기다림 속에 있듯이

동상 걸린 발가락처럼 가려움으로 꼼지락거려도

붉어졌다 푸른 멍 자국, 보라 빛 그리움으로 남아도

읽어 볼 수 없는 한 편의 자연 시 입니다

창 살 고드름 얼린 눈 덩어리로 맞는 냉한의 시간이 지나면

굳은 살 땅 속을 열고 여린 한 잎의 초록이

조문 조문 써 내려가는

한 편의 시를 읽겠습니다

그 때까지

당신과 나 이별을 하는 사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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