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드럼 솔로 마지막 부분* 구름의 풀어진 머리, 헝클어진 머리칼이 길기도 하다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한 가닥씩 하나하나 풀어줬으면 했어요 수평선이 슬그머니 찌그러져요 바다는 숨막히게 거대한 소리 덩어리다 티티티 트트트, 티티티 트트트 모든 게 드럼이 때리는 3연음부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드럼 비.. 詩 2011.04.22
|詩| 모래장난 한여름에 바다가 별안간 얼어붙는 걸 보았어? 한여름에 바다가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순간 어머, 하며 얼굴이 빨개져서 파도에게 꼼짝없이 당해 본 적이 한두 번 있었어? 여름은 너무 짧아, 여름이 영원하다고 한 번 힘주어 말해 보세요 여름의 체온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태양계가 얼마나 뿌듯해지는.. 발표된 詩 2009.11.22
파도 / 최양숙 파도 최양숙 내가 당신을 부드럽게 쓸어주면 당신은 내 안에 들어올 수 있어 발꿈치만 적시는 당신으로는 흡족치 않아 휘몰아쳐 오면 당신은 저 멀리 도망쳐 당신의 모두를 원하는 나는 당신을 내 안에 가두고 싶지만 내 안에서 질식하는 당신을 원치는 않아 세상 모두는 흘러가고 지나가지만 당신을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5
|詩| 낮에 노는 강 강이 재잘대는 강물이 낮 동안 실컷 놀다가 물고기와 더불어 까불며 놀다가 밤이 되면 말도 안 하고 웃음도 그치고 이중인격자 안색으로 슬금슬금 일을 하는 거야 일이라는 게 가만이 보면 바다로 바다 쪽으로만 흘러가는 짓 훌륭한 작업이에요 그런데 강물은 그 짓을 밤에만 한대나 봐 낙엽은 또 보라는 듯이 낮에만 떨어지잖아 밤에는 끈적한 수액을 몸 속에 똘똘 다진 다음 남은 힘으로 까칠한 가지를 끌어안고 자고 애써 자고 환한 햇살의 위로를 받아들이며 다음 날쯤 휘청휘청 떨어지고요 낙엽이 말이에요 누런 낙엽 한 잎 강물에 술렁술렁 떠내려 가네 그림 같은 낙엽 한 잎 얇은 그림자 낙엽 한 잎이 강물이 재잘재잘 떠들면서 낮 동안 실컷 노는 사이에 © 서 량 2008.09.18 詩 2008.09.18
|詩| 가을 파도 소름 돋는 여름이나 재채기 컹컹 터지는 가을 새벽에도 검푸른 바다가 파도가 거센 파도가 형체가 뵈지 않는 물기둥이 연신 울부짖는 걸 나는 외면하기로 한다 해저 깊숙이 숨어 있어 평생 한 번쯤 내 발바닥에 덜컥 밟힐 만한 희디 흰 연체동물을 소금물 흐르는 눈을 치뜨고 나는 울며불.. 詩 2008.09.16
|詩| 몇 천 년 후에도 바다는 철썩이는 파도의 입술을 확 덮쳐버리는 당신의 요술은 어디에서 왔느냐 저 단단한 바위를 깨부수는 당신의 근력은 어찌나 그리 세찰까 빙산 조차 허물어뜨리는 당신의 교묘함에 대하여 호기심을 품는다 이제야 나는 몇 천 년 후에도 바다는 저렇게 아우성을 칠 것이다 다이아몬드쯤은 일 순간에 녹여.. 발표된 詩 2008.08.15
|詩| 색소폰 부는 바다 바다가 하는 노래는 사실 좀 그렇다 박자만 대강 맞고 음정이 엉망진창이야 나와 친한 사이니까 좋지도 않은 노래를 꾹 참고 들어 주는 거지 엊그제 잠결에 바다는 현악기가 아니라 거죽이 번들번들한 관악기라는 느낌이 들었어 바다가 색소폰을 분다 악기 옆구리로 바람이 새어 나오네 침도 질질 흘.. 발표된 詩 2008.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