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하는 노래는 사실 좀 그렇다
박자만 대강 맞고 음정이 엉망진창이야
나와 친한 사이니까 좋지도 않은
노래를 꾹 참고 들어 주는 거지 엊그제
잠결에 바다는 현악기가 아니라 거죽이
번들번들한 관악기라는 느낌이 들었어
바다가 색소폰을 분다
악기 옆구리로 바람이 새어 나오네 침도
질질 흘러나온다 물거품처럼
잠결에 보름달이 솨아
오줌 누는 소리를 들었다
화장실 유리창으로 스며든
달빛을 맨정신으로 빨아드리면서
고장 난 변기가 한숨을 푹푹 쉬더라
바다가 횡격막을 들썩이는구나
뺨이 통통한 보름달이 눈을 질끈 감고
색색거리는 밤에 호흡조절도 제대로 못하면서
바다가 부는 색소폰이 들린다 붕붕
© 서 량 2006.08.13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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