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주제 멜로디 추녀에 매달린 고드름 눈물 긴 한숨 끝으로 떨어지는 수정체 공룡이 쿵 쓰러졌다가 집채만한 하품을 하며 다시 살아나는 장면 이윽고 터지는 당신 분홍색 진한 잇몸 웃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듣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주제 멜로디가 흐느끼는 순간을 사각형의 관광엽.. 詩 2017.06.10
여름이 가고 / 임의숙 여름이 가고 임의숙 방울이 스며들자 그림자가 짙어졌다 가끔은 잊은 듯이 당신은 쌍무지개 띄운 얼굴로 웃다가 물컹한 방울로 굴렀다 나는 젖느라 눈물만 보았을 뿐. 바람의 지문을 따라 가버린 지금 당신이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이제야 듣는다 간절함이 쉬어버린 마른 울음소리 가을..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9.06
|詩| 겨울꽃* 눈물 이슬 한 방울 없이 곱게 흘겨보거나 부드러운 맨드라미 빛 열망 때문에, 지 속이며 남 속까지 두루두루 푹푹 썩히면서 구중궁궐 구석방 양지쪽에서 그 놈을 기다리다 달콤한 열꽃이 피어났느냐 너나 네게 정성껏 몸을 준 그 놈이나 서로간 무섭기는 매한가지 아니였더냐 뺨으로 구.. 詩 2012.01.08
눈물의 시트론 / 조성자 눈물의 시트론* 조성자 빌딩 사이를 비집고 오느라 홀쭉해진 겨울 햇살은 수도자의 청빈 같다 골목을 휘젓고 다니던 폭주족 같은 바람도 그 앞에서는 순하게 눌러 앉는다 채촉하는 걸음들 사이 떨어져 있는 기억의 파생 더러는 줍고 더러는 흘리고 마는데 시간 저 너머가 뜨끈하게 옆구리 속으로 든다..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1.24
거목과 아버지 / 윤영지 거목과 아버지 윤영지 빛 바랜 태양이 주춤주춤 지고 또 맥없이 마디를 뻐걱거리며 올라 총천연색이 바래어가는 반복의 거듭 속에 우람하던 거목은 부슬부슬 스러져간다 초록물 잔뜩 올라 탱탱히 솟아오르던 수액은 잔 가지, 새 가지로 나누어 뿜어주다 테를 불려가는 세월 속에 진뜩히 다 말라버리..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0.04.27
길 장(葬) / 최양숙 길 장(葬) 최양숙 세상의 급류에서 튕겨나와 찻길 옆에 던져진 야생의 회색 털짐승 태엽이 모두 풀린 무너진 꼬리 위로 비가 내린다. 질주하는 차들은 속력도 그대로 힐끗 일별이나 할까 바퀴가 굴린 바람이 털끝을 조문한다. 돌 언덕 위 나뭇가지 진저리치며 빗방울을 뿌릴 때 숲의 정기를 나누던 무..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01
|詩| 물기 청록 대기의 유리창에 누가 훅! 입김을 쏘여 잠시 서린 습기라면요 검정 가죽의자에 싹싹 문지르면 오래 남아도는 향기일 수도요 팔락이는 나무잎새를 햇살이 뻔질나게 집적대며 만진 손때가 쌓이고 쌓인 보송보송한 윤기라면요 숨 가삐 찾아 헤맨 수맥(水脈)일 수도요 한참을 바삭거리.. 詩 2009.06.05
|詩| 봄이 울고 있다니 슬며시 웃는 얼굴로 뒤돌아선 봄의 뒷모습이 측은하다 봄아! 하며 되돌려 세우자 봄의 뺨에 두 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네 아! 무슨 사연인지 도무지 내 짧은 인정으로는 알 수 없지만 봄이 울고 있었나보네 새 소리 짹짹거리는 산 골짜기를 활활 불태우던 진달래 떼들이 촛불시위대처럼 사람 맘을 충동질하더니 그새 어느새 울고 있었다는 말이지 손등으로 눈시울을 찍어 눌러 눈물을 훔칠 생각도 없이 내가 왜 이럴까 하는 봄다운 질문조차 던져 볼 짬도 없이 © 서 량 2009.05.07 詩 2009.05.07
|詩| 달님의 눈물 얼굴에 약간 기미가 낀 달님이 훌쩍훌쩍 울고 있어요 달님은 평소에 말 수가 적다던데 달님이 눈물을 흘릴 때마다 당신이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비밀의 산정호수에 동그란 물살의 파문이 일어난다던데 비밀의 산정호수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황금 빛 메아리는 달님 비단결 머리칼이 갈갈.. 詩 2009.04.11
|詩| 양파를 위한 뜨거움** 당신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눈 매운 양파에 꼴깍 넘어가서다 주먹만 한 양파 속에 조그만한 양파들이 수천 수만으로 누워있기 때문이야 생각의 옷을 홀랑 벗고 싶었어요 스스로의 심층심리를 면밀히 분석하고 원시의 집단의식을 분류하는 동안 양파는 불현듯 사라지고 차가운 볼록렌.. 詩 2008.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