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주제 멜로디

서 량 2017. 6. 10. 19:35


추녀에 매달린 고드름 눈물 긴 한숨 끝으로 떨어지는 수정체 공룡이 쿵 쓰러졌다가 집채만한 하품을 하며 다시 살아나는 장면 이윽고 터지는 당신 분홍색 진한 잇몸 웃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듣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 1악장 주제 멜로디가 흐느끼는 순간을 사각형의 관광엽서가 찰카닥 사진으로 포착하는 순간

 

그건 내 새파랗게 젊은 아버지 손을 잡고 스물 다섯 살의 무성한 머리칼로 이마를 덮은 어머니가 한 살 짜리 나를 광목 띠로 둘둘 말아 등에 업고 그 우라질 놈의 강원도 삼팔선을 넘는 한밤중의 오열이었다 그건 당신과 나의 칠흑 같은 무관심에서 무사히 탈출한 여름이 아무도 없는 하늘나라 바닷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내 사랑의 기법이다 이 멜로디가 배경음악으로 펑펑 울리는

 

© 서 량 200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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