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눈물의 시트론 / 조성자

서 량 2011. 1. 24. 08:12

 

눈물의 시트론*

 

                          조성자

 

빌딩 사이를 비집고 오느라 홀쭉해진

겨울 햇살은 수도자의 청빈 같다

골목을 휘젓고 다니던 폭주족 같은 바람도

그 앞에서는 순하게 눌러 앉는다

채촉하는 걸음들 사이 떨어져 있는 기억의 파생

더러는 줍고 더러는 흘리고 마는데

시간 저 너머가 뜨끈하게 옆구리 속으로 든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그들의 얼굴에서

늘 뭔가를 찾고 있는 나를 본다

낯 선 이들 속에서 낯익은 무엇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저버리지 못하는 한 때에 사로잡혀있으므로

그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습관은 아닌지

 

입 속에서만 활짝 웃던 모국어가

한없이 들뜨는 오후

내가 찾는 것은 대책 없이

뛰길 좋아하던 심장의 박동

그 웅장한 치사량은 아닌지 그래서

뼈만 남아 기신거리는 파렴치한 존재의 만성피로를

때려눕힐 무기는 아니었는지

 

버려진 일회용품들이 즐비한 보도블록 위를 꾹꾹 눌러 밟으며

장수를 누릴 문장 하나를 포박하며 걷는 길

발설하듯 쏟아내고 싶은 눈물의 시트론

짧고도 긴 호흡

 

*운향과의 상록 활엽 교목. 청량 음료수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