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시트론*
조성자
빌딩 사이를 비집고 오느라 홀쭉해진
겨울 햇살은 수도자의 청빈 같다
골목을 휘젓고 다니던 폭주족 같은 바람도
그 앞에서는 순하게 눌러 앉는다
채촉하는 걸음들 사이 떨어져 있는 기억의 파생
더러는 줍고 더러는 흘리고 마는데
시간 저 너머가 뜨끈하게 옆구리 속으로 든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그들의 얼굴에서
늘 뭔가를 찾고 있는 나를 본다
낯 선 이들 속에서 낯익은 무엇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저버리지 못하는 한 때에 사로잡혀있으므로
그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습관은 아닌지
입 속에서만 활짝 웃던 모국어가
한없이 들뜨는 오후
내가 찾는 것은 대책 없이
뛰길 좋아하던 심장의 박동
그 웅장한 치사량은 아닌지 그래서
뼈만 남아 기신거리는 파렴치한 존재의 만성피로를
때려눕힐 무기는 아니었는지
버려진 일회용품들이 즐비한 보도블록 위를 꾹꾹 눌러 밟으며
장수를 누릴 문장 하나를 포박하며 걷는 길
발설하듯 쏟아내고 싶은 눈물의 시트론
짧고도 긴 호흡
*운향과의 상록 활엽 교목. 청량 음료수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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