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장(葬)
최양숙
세상의 급류에서
튕겨나와
찻길 옆에 던져진
야생의 회색 털짐승
태엽이 모두 풀린
무너진 꼬리 위로
비가 내린다.
질주하는 차들은
속력도 그대로
힐끗 일별이나 할까
바퀴가 굴린 바람이
털끝을 조문한다.
돌 언덕 위 나뭇가지
진저리치며
빗방울을 뿌릴 때
숲의 정기를 나누던
무리들은
헤어짐의 의미를 알까.
입 안의 붉은 점막
먹이를 찢던
날카로운 잇열 사이로
들이치는
차가운 빗물 속에
더운 눈물 방울 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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