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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아이들 눈

아이들 눈 살아있음은 스토리텔링이다당신이 특히 그렇다당신의 눈이 반짝인다별보다 더 빛나는 눈빛울면서도 웃는 눈아이가 혀를 보이며 웃는다안경 없이 세상을 보는 아이들눈이 나빠서 안경을 쓴 어른도 아이다 사실 詩作 노트:아이들을 위한 동화 동물이 판을 치는 동화 스토리텔링은 완전 어른들을 위한 여흥이다  © 서 량 2024.05.13

화성의 물 / 김정기

화성의 물 김정기 화성에도 물이 있대요. 숨은 사랑의 열기가 식지 않은 따뜻한 물이 하늘에 떠다닌대요. 나그네의 발자국에도 물이 고여 어둠 속으로 스며들고 목마르면 손톱으로 샘을 파서 한 움큼 마시면 된대요. 파문이 일지 않는 강물은 밋밋해서 얼음판 같고 위로만 솟아오르는 분수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대요. 물이 있는 곳은 언제나 어둠 뿐이라 색깔은 분별할 수 없대나봐요. 눅눅한 시간 웃자란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도 오래된 사람의 눈빛과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 되었던 이렇게 불투명한 물속에서나마 소소한 대화의 끈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제비들이 떼 지어 남극으로 갈 때 묻어서 가다가 화성으로 가겠어요. 화성에 물을 마시면 잃었던 시간이 되돌아 온대요. 안과의사가 말했어요. 하루에 두 번씩 화성의 물을 떠다 눈..

깊은 겨울 눈 이야기 / 김종란

깊은 겨울 눈 이야기 김종란 눈은 온다 모든 올 수 없는 것 만날 수 없는 것 위하여 눈은 와서 펑펑 내린다 갑자기 멀리서부터 잿빛으로 어두어지다가 불현듯 화안하게 온다 누군가 몰래 악기를 연주해 주듯 살쾡이처럼 뛰어드는 재앙의 상흔도 점점이 사라져가는 숨은 음악 두 눈을 가리는 아가의 손처럼 말랑말랑하게 다가와 나의 폐허를 가려준다 흰 손가락으로 검은 웅덩이를 지우고 붉은 눈동자를 지우고 해어진 여행가방을 지운다 뭐 더 없어 하면서 코끝이 시리게 웃는다 힘들게 있는 것들을 그저 하얗게 덮은 후 서늘한 몸짓으로 따뜻한 뺨에 다가와 녹는다 이미 없었던 것을 대변하듯 시리게 다가와 사라진다 함박눈은 헐벗은 것들을 사랑한다 가장 야윈 것 위에 더 포근하게 쌓인다 사라지는 것 볼 수 없는 것들을 조곤조곤 이야기..

|詩| 쟁반만한 눈

쟁반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라면 쟁반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해 쟁반이 하늘을 바라보며 누웠다가 기립자세로 감정조절에 나선다 쟁반은 속 깊은 영혼이라네 쟁반의 마음을 보듬자면 자기 마음부터 보듬어야 해요 쟁반이 눈을 부라린다 나는 입술을 깨문다 쟁반이 꿈을 꾸는 중이야 나는 쟁반의 극심한 악몽이다 나는 쟁반의 기꺼운 악몽이다 I am your hottest nightmare I am your best nightmare © 서 량 2014.05.11

2014.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