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구름
임의숙
한 삽씩 퍼 올린 겨울이 구름이다
누구는 구름동굴 속에서 살았다 했고 누구는 구름다락에
살았다 한다
달집 창문에 점등이 겨울 저 편으로 소멸하던 날, 어둠은
생생하게 번져 왔다
그렁그렁한 사슴의 눈망울이 마지막 석고로 굳어지기까지
발톱이 온 힘을 다해 움켜 쥐었던 차가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깊이를 느끼는 것은 언제나 후벼파 듯 웅크린 채
더듬더듬 안으로 안으로 흔들고 두드리는 뻐근한 파동
울림은 빨간 심장에 닿는다
울어 본 사람의 마음 같아서 봄은
떨림이 아늑해 질 때까지
화하게 달궈진 버석한 껍데기를 싹싹 비벼 털어내고
희석 된 안개방울로 떠 올라
한 송이 목련구름 층층이 어둠을 뚫는다
새들의 날개 계단을 밟고
활짝 열린 상공에 몇 미터의 금을 그을지
수선화 눈 길이 머무는 그 곳이겠지만
누구는 맴돌다 갔다 했고 누구는 서둘러 갔다 한다
모서리를 지나간 사슴의 발자국들
단단히 매듭 엮은 신발끈을 풀며
때깔 좋은 빛들은 한 자리 잡고 앉아 성불 중이다
한 삽씩 퍼 올린 겨울이 구름이다
한 여름 유빙들, 소나기 그 차가운 울음을
나는 기억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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