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소와 사람

서 량 2007. 9. 11. 09:05

2년 전 여름에 루이지아나 뉴올리언즈에 대홍수가 났을 때

마약중독 보이프렌드와 그곳에서 근 8년을 같이 살았던

알리시아였지요. 그때 정전이 됐고, 주민들의 약탈이 일어났고

뉴올리언즈는 아수라장이 됐고. 해서 얼른 부모가 살고 있는

뉴욕으로 도망질을 쳤다는 거에요. 보이프렌드는 길거리에서

어느 실성한 깡패한테 맞아 죽었다나 봐요.

 

알리시아는 작년 여름에도 올 여름에도

악몽에 시달리지요. 대개는 2년 전 겪었던 일의 반복. replay..

근데 봄 가을 겨울에는 멀쩡해... 참 이상도 하지.

 

오늘 알리시아에게 악몽을 꾸는 것은

참 잘하는 짓이라고 했거든.

소가 풀이며 흙이며 나무토막 같은 거를 먹고 난 후에

소화시키기가 힘이 들면 위 내용물을 다시

입안에 올려서 새김질을 한다는 설명을 했어요.

마찬가지로, 사람도 소화시키기 힘든 인생경험이 있으면

밤에 자는 사이에 그걸 뇌 속으로 다시 올려서

되색인다는 거라고 했다.

힘든 인생경험이 다 소화흡수 돼서

자기의 영양소와 피가 될 때까지

우리가 하는 되새김질. 

 

© 서 량 200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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