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빙글빙글 정교하게 내가 곤하게 자는 동안 당신이 커다란 괘종시계 속에서 톱니를 절그럭거리면서 내 운명의 톱니바퀴를 돌린다 들쑥날쑥한 톱니바퀴가 절그럭거리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띵! 땡! 똥! 띵, 똥, 땡~ 새끼 손가락만하게 사기로 만든 남녀가 팔 벌리고 서로 보며 떨어져서 빙글빙글 정교하게 돌아가는 뮤직.. 발표된 詩 2007.09.09
|잡담| 인디언 섬머 양키 친구하고 잠깐 수다를 떨면서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는데 할 말이 없으면 제일 만만한 게 날씨 얘기라. "야, 이거 이젠 완전 가을이네. 더 이상 더위 걱정 안해도 되지?" "무슨 소리야. 좀 있으면 인디언 섬머(Indian summer)가 올 거라구." "완전 가을이 되기 전에 여름이 한바탕 마지막으로 기승을 부리..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09.08
|환자얘기| 금요일 환자 하바드 대학 경영관리과를 나온데다가 허우대가 배추 속살처럼 멀끔한 남자, 하우어드와 결혼해서 큰 탈 없이 살다가 웬디는 불행해지기 시작하고 자꾸 사소한 일로 바가지를 긁어댔다. 내가 왜 이럴까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조그만 트집이라도 잡아서 남편에게 앙탈을 부리기 시작한 거.. 환자 얘기 2007.09.08
|컬럼| 22. 까만 안경 까마득한 옛날에 원시인들은 동굴에서 살면서 밤을 무서워했다. 깜깜한 밤이면 육식동물들이 굴에 들어와 그들을 물어뜯거나 잡아먹기도 했으리라. 눈부신 한낮에 푸른 들판을 뛰어다니던 원시인들은 어둠이 마냥 싫었다. 그래서 그들은 검정색을 꺼려했다. ‘black’은 나쁜 뜻 투성이다. black sheep (..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7.09.08
|詩| 바다가 짜는 칡넝쿨 수잔처럼 당신은 오렌지를 내민다. 동쪽 하늘 쪽으로 높이 쳐든다 너무 눈부셔라 오렌지는 연인을 장님으로 만들었네 눈이 먼 연인은 당신이 몸을 옆으로 기우뚱 기울이고 손을 비스듬하게 머리와 머리칼 근처에 휙 놀리는 동작을 도무지 볼 수 없었어 가장 희미하고 창백하고 쓰면서도 달콤한 당신.. 발표된 詩 2007.09.08
|잡담| 달과 개 세상 모르던 시절 초등학교 시절에 하루는 일식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하나같이 들떠서 벌건 대낮에 갑자기 밤이 올 것이라 했다 플라스틱 책받침을 선글라스 대신해서 태양을 쳐다보면 태양이 점점 달 그림자 때문에 없어지는 것을 볼수 있다는 담임선생님의 설명! 스릴 만점! 몇년 후에는 월식도 ..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09.06
|詩| 개기월식** 평생에 한두 번 달 그림자가 해를 완전히 가려서 당신 마음도 내 몸도 속 깊은 지층에 박힌 석탄처럼 새까매진다 하던데 그 순간 무지개도 단풍도 순한 눈매의 꽃사슴도 삽시간에 총총 사라진다 하던데 개기월식 때 개가 짖는다고 했었나 지구의 사랑이 달을 온전히 덮치면서 별안간 달.. 詩 2007.09.06
|詩| 詩와 詩人 자식새끼가 부모를 뒤로하듯 詩가 詩人을 앞장선다 詩人이 詩에게 말하기를 비 내리는 가을밤에 내 너를 끙끙 낳아 네 끈적거리는 알몸을 골백번 핥았지만 이제 나는 도무지 네 속을 알 수가 없으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으냐 했더니 詩가 詩人을 뒤돌아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에이, 하면서 줄줄 흘러.. 발표된 詩 2007.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