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가을에는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그립다 눈 꼬리가 뱀처럼 차갑고 눈 등을 어둡게 채색한 활엽수들이 메마른 팔을 들어 하늘을 끌어안는 가을에는 色情이 솟는다 새털구름 갯벌 위로 무수한 게들이 옆으로 기어가는 산등성이 빨간 젖몽오리에 꽃 구슬 유리 구슬 불여우 요염한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 발표된 詩 2007.09.05
|詩| 박달재를 위한 천문학 망망한 태양계의 아홉 개 행성중에 우리는 그 세 번째 별 지구위에 올라앉아 <철새는 날아가고>를 연주로 듣는다 아홉 개의 행성들은 칠흑 같은 소우주에 길쭉길쭉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어마어마한 힘으로 제각기의 궤도를 돌고 있다 철새가 쏜살같이 날아가고 태양 또한 순간순간 몇 억번씩 .. 발표된 詩 2007.09.05
|컬럼| 21. 원효(元曉)의 입맛 ‘sugar’는 기원전 300여년 전에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를 쳐들어 갔을 때 병정들이 ‘벌이 없이 만든 꿀 (honey without bees)’이라 불렀던 산스크릿어(범어)의 ‘sharkara’에서 유래된 단어다. 이태리의 말코 폴로가 국수를 중국에서 가져갔듯이 유럽인들은 설탕을 인도에서 가져간 것이다. 인간이 감지하는..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7.09.05
|詩| 어려운 詩 당신이 만약 이 詩가 참 어려운 詩라고 투덜대면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면 사랑은 까마득한 꿈이라며 한갓 허망한 낭만만 조준하는 허기진 얼굴로 젊고 게으른 몸으로 만약에 당신이 이 詩가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 하는 질긴 채찍질에 등허리 부르튼 낙엽빛 헛헛한 흑인영가처럼 슬픔을 내뱉.. 발표된 詩 2007.09.04
|詩| 당신의 체온 당신이 웃통을 벗고 뛰어드는 장마비 철철 넘치는 강물에 사랑과 미움을 흘려 보내는 당신의 체온으로 서러워도 참아라 거센 물길이 앞에 열리는 순간 겁이 나서 눈길을 아래로 내리느니 차라리 가슴을 펴고 큰 심호흡으로 숨을 가다듬어라 검푸른 우주의 앙금 속에 깊이깊이 녹아있는 우리들의 비밀.. 발표된 詩 2007.09.03
|詩| 이상한 냄새 하루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詩를 읽었다 늦가을 마른 풀잎 같기도 하고 고향 실개천 여울목에서 나던 냄새 같은 아주 정겹고 외로운 詩 일곱 살 때 햇살 따가운 여름 날 고향 실개천에서 바지 가랑이를 접어 올리고 송사리를 잡으려던 적이 있었어 나는 그 때 송사리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면서 송사리.. 발표된 詩 2007.09.03
|잡담| 출출한 배 배가 출출하니까 음식이 생각이 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근데 나는 가끔 임신한 여자처럼 무엇이 먹고 싶어서 견디지 못할 때가 있어요 마침 또 인터넷을 쏘다니다가 어떤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자장면 사진이 나오는데 군침이 꿀떡 넘어가더라 이거지 옳지 차로 한 30분 거리에 있는 한국인이 ..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09.03
|환자얘기| 약 복용량 시비 요 얼마 전에 환자가 증상이 악화돼서 이거 안 되겠다 싶더라. 그래서 약 복용량을 올려야겠다면서 250밀리그램을 500밀리그램으로 올리기로 했지. 그런데 그 약의 크기가 워낙 큰 거 있지. 나는 친절하게 250밀리그램 짜리를 두 알을 먹도록 하는 것이 미안해서 편의상 500밀리그램 짜리를 한 알씩 먹으.. 환자 얘기 2007.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