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개기월식**

서 량 2007. 9. 6. 08:51

평생에 한두 번 달 그림자가
해를 완전히 가려서 당신 마음도 내 몸도
속 깊은 지층에 박힌 석탄처럼 새까매진다 하던데

 

그 순간 무지개도 단풍도

순한 눈매의 꽃사슴도 삽시간에
총총 사라진다 하던데

 

개기월식 때 개가 짖는다고 했었나
지구의 사랑이 달을 온전히 덮치면서
별안간 달이 깡그리 없어지는 순간에

 

세숫대야 흔들리는 물에 비친 달이 생명처럼 잠식되면
마당의 개가 컹컹 짖는다 하던데, 침을 질질 흘리며
입을 쐐기 모양으로 최대한 벌리고
숨이 넘어가도록 개가 컹컹 짖는다 하던데

 

© 서 량 2007.09.05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낙엽과 색소폰  (0) 2007.09.16
|詩| 체감온도  (0) 2007.09.14
|詩| 여우비  (0) 2007.09.10
|詩| 은수저 도둑*  (0) 2007.09.01
|詩| 홈디포(Home Depot) 가는 길**  (0) 2007.08.31